올해 노지감귤의 품질이 좋아졌다고 한다. 제주도농업기술원이 도내 일원 28군데의 감귤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당도는 8.4브릭스로 예년과 비슷하나, 산함량은 지난해(1.36%)나 평균(1.44%)보다 낮은 1.28%로 나타났다고 한다.
이는 모두가 감귤농가의 자발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올해 기상조건이 생육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대대적인 간벌과 열매솎기로 양분 흡수 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감귤을 지키는데는 어쩔 수 없이 자기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량 생산만이 능사가 아닌, 적정생산으로 높은 가격을 받겠다는 생각이 앞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간벌도, 열매솎기도 일종의 투자로 봐야 한다. 농민의 정성과 비용이 투자된 감귤나무를 베어내거나 열매를 솎아내는 것은 그 자체가 손실일 수 있지만, 그것으로 인해 적정량이 생산되고, 그리하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처럼 효과 있는 투자는 없다. 그것이 바로 영농의 지혜일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이 시점에서 과거를 되돌아 봐야 한다. 감귤이 우리의 생존적 작물임을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품질향상 등에 지금까지 생산 수익의 몇 %를 재투자해 왔는가를 반성해야 한다.
몰론 감귤 농가의 그 동안의 노력을 몰라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감귤을 지키는 일은 당국의 일로 넘겨 버리고, 스스로는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해 오지 않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지난번에도 본란을 통해 이야기했지만, 이제 감귤 생산에도 기업논리를 도입할 때가 됐다. 자본·기술 집약형으로 육성해야 한다. 특히 값싼 외국과일과의 경쟁에서 이겨내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투자의식이 전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가의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농민의 재투자를 유도하는 당국의 과학적 영농지도이다. 단순한 기술지도만이 아닌, 감귤의 미래까지 정확히 예측하여 농민들이 마음놓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