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 편의점, 他 마켓보다 20~40% 비싸
24시 편의점, 他 마켓보다 20~40% 비싸
  • 한애리 기자
  • 승인 2004.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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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점포' 밀어내 도내 중소기업체 불황 못 면해

생활용품 판매는 물론 공공요금수납대행, 택배, 휴대폰 충전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에서 들어온 24시 생활편의점이 제주도내 토박이 소매유통업체를 경영위기로 내몰고 있다.

주5일근무제 시행으로 도내 유명관광지 등을 찾는 관광객과 도민들을 겨냥해 지난 2001년부터 물밀 듯이 밀려온 24시 생활편의점은 F마트와 L마트, K마트 등 200여 곳이 넘는다.
제주시내 반경 200m내에서 서로 다른 간판을 내걸고 영업중인 곳도 2∼3곳 정도나 된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난 24시 생활편의점은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식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가하면 기존 소매유통업을 하던 골목상권을 무너뜨리고 있다.
24시 생활편의점은 일본식 수퍼마켓으로 신세대들의 기호에 맞는 간단한 생활용품과 음료, 스낵류 등 기존 수퍼마켓이지만 라면이나 김밥, 샌드위치 등을 먹을 수 있는 간이 휴게실을 마련,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과 현대인들을 타깃으로 영업중이다.

또 이같은 편의점은 신세대들의 흐름에 따라 제주시의 경우는 대학로지점과 젊은이들의 쇼핑거리인 중앙로 일대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들 편의점은 프랜차이즈 업체로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다.
기존 수퍼마켓에서 거래되는 가격에 비해 20%에서 많게는 40% 높은 가격에 거래된다.

또 근거리에 경쟁업체가 있는 경우와 단독으로 영업중인 경우 등 경우에 따라 같은 업체임에도 가격차이가 나타난다.
제주시내 한 생활편의점에서 만난 강씨(24·학생·여)는 "음료나 길에서 먹을 수 있는 간식들이 다양하고 품목별로 정리정돈이 잘 돼 있어서 자주 찾게 된다"면서 "가격이 비싼 게 흠"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16개 시·도 및 234개군·구 단위 기초자치단체까지 거미줄 점포망을 확보한 생활편의점은 '최소의 수량으로 높은 마진 남기기'식과 24시간 영업 등 경영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비싼 가격이 조성될 수 밖에 없다.

제주시 삼도동에서 F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씨(57)는 "24시간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 학생 2명을 고용해야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인력비와 본사에 납부해야 하는 개런티며 건물임대비용이며 각종 세금을 제외하면 남는 게 없기 때문에 가격이라도 높게 형성되야 한다"고 해명했다.

또 이씨는 "물건 가격이 왜 비싸냐고 물어보는 고객들이 종종 있는데 본사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도 못하고 난감하다"며 "요즘은 동네 슈퍼마켓도 편의점들처럼 깔끔하게 실내를 개선하고 우리보다 품목도 다양화 할 수 있어서 오히려 24시 편의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을 좀 다운시켜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토로했다.

24시 편의점이 주요 강점은 깨끗한 실내 인테리어와 시간에 구애없이 언제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듯 도외 업체 편의점이 '동네 점포'를 장악하고 '나눠먹기식' 영업을 하고 있는 동안 도내 중소유통업체는 불황을 모면하기 힘들어졌다.

제주시 일도동에서 수퍼마켓을 경영하고 있는 최모씨(55·여)는 "지난해 F마트가 생기고 난 뒤부터 파리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저기나 여기나 별반 다를 게 없는데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제주도수퍼마켓협동조합 정용수 이사장은 "24시 편의점이 대형마트에 이어 도내 유통업체를 두 번 죽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지난 3월 개점한 제주중소유통공동 물류센터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유통단계를 구축하고 물류비용을 절감, 가격인하를 도모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대형마트는 물론 24시 편의점에 가격경쟁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정 이사장은 "하지만 요즘 편의점은 신세대 감각에 맞는 실내인테리어가 관건이다"며 "도내 출점한 24시 편의점들 속에 도내 유통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속칭 '동네 점빵'에서 벗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각 경영주의 의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 1회용품 규제를 위해 지난 2002년 6월부터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1회용품 사용 원인 자 부담 원칙 또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편의점의 수입으로 잡히고 있는 것도 문제다.
최근 대부분 편의점의 1회용 쇼핑봉투 사용이 유상판매로 전환됐다.
그러나 회수되는 1회용품의 양은 미미하고 회수된 것 역시 재활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있다.

제주시 신제주 소재 S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임씨는 "1회용봉투의 가격이 20∼50원으로 소비자들이 별 부담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회수할 경우 부담금을 돌려주는데도 아직까지 한 명도 부담금을 되돌려 받는 손님이 없었다"고 말해 1회용 봉투 유상제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더욱이 대형할인매장 1회용 쇼핑봉투 유산판매를 통해 엄청난 수익금이 업체에 돌아가는 것처럼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1회용봉투 유상제로 새어나가는 금액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제주환경운동연합가 실시한 1회용품사용실태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 수익금은 1800여만원에서 최대 9100여만원인 것을 유념한다면 24시 편의점의 1회용 쇼핑봉투 유상판매 또한 외부 생활편의점의 배불리기식이라는 것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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