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9일자 제주타임스 사설에서 “보호관찰, ‘재범율 0%’ 시대로”라는 제목으로 우리 제주도에서는 ‘단 1명의 재범자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보호관찰소의 부단한 보호관찰 노력을 기대한다.’는 글을 읽고 강한 책임감을 느낌과 동시에 도민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경험이 있어 이 글을 적는다.
제주보호관찰소에서는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수강명령을 집행하였다.
50여명의 참석자 중 절반이 청소년이었는데,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교육 받고 싶은 마음을 가지지 못한 채 억울해하면서 프로그램에 집중하지 못하는 등 교육효과가 의심되는 장면이 여러 번 보여 진행을 맡은 직원이나 다른 강사들도 걱정이 많았었다.
하지만 수료식 때 소감문을 발표하는 청소년들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 모두는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 들었고 필자를 포함한 몇몇 사람은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었다.
그동안 장난만 치고 집중하지 못하면서 엉뚱한 질문을 하는 등 교육 분위기를 흐리는 것으로만 보였던 청소년들이 언제 그렇게 교육내용을 잘 듣고 소화하고 있었는지, 어떻게 그런 가상한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신기하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끝까지 들어보니 그들이 그렇게 극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었던 것은 교육내용이 특별히 좋아서라기보다는 강의하는 사람들이 보여준 태도 때문이었다.
청소년들은 소감문에서 “5일 동안 화나도 무시당해도 이해하시며 끈질기게 얘기해주셨던...무시하고 계속 떠들어 댔던 우리에게 화를 내며 매를 주는 대신 자기를 도와 달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웃으셨던...강의하시는 분이 너그럽고 착하신 분이라서...선생님이 우리 아빠였으면 제가 착해질 텐데...”라며 자신들의 속내를 드러내었다.
또한 “이 강의를 듣고 내 인생을 바꿔야겠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내 결심은 사고치지 말자다.
다시 사고 칠 기분이 나면 이곳에 있었던 생각과 선물을 보면서 깊이 반성할꺼다...소중함의 1위는 가족인 걸 새로 또 느끼게 되었고 가족들에게 잘해줘야겠다...”는 결심들은 강사들의 진실하고 일관된 사랑이 청소년들 마음의 문을 열었기에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돕는다는 마음만으로 다른 사람을 훈계하고 지도하기를 즐긴다.
하지만 내용이 아무리 좋고 옳아도 상대의 마음이 열리지 않으면 전달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사람과의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들은 옳은 말이나 좋은 말을 듣기 보다는 따뜻하고 꾸준한 사랑을 원한다.
그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다른 말도 듣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지금 보여주는 행동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그들을 믿고 지속적인 사랑을 보여주며 기다리면 청소년들은 건강하게 성장할 수밖에 없다.
모두가 이런 자세로 청소년들을 대해주면 보호관찰관들의 노력과 더불어 ‘재범율 0%’ 시대라는 꿈같은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정 성 화
제주보호관찰소 관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