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건강증진 마을
[세평시평] 건강증진 마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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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증진 마을. 명색이 ‘행정’전공이면서도 행정당국에서 ‘건강증진 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줄은 모르고 있었다.

대학에서 퇴직을 한 후로 전문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어졌다고 자위를 해보고는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은 씁쓸하기만 하다.

 건강증진 마을은 제주도가 2002년부터 관할 보건소를 통하여 시행하고 있는 일종의 ‘주민건강마을 가꾸기 사업’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노인들의 건강. 그러나 암·심장병·뇌졸중·고혈압·당뇨 같은 만성퇴행성질환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의학계에 의하면 이러한 질환의 발병원인은 흡연·과음과 스트레스·과로·불규칙적인 식사 등, 대부분이 잘못된 생활습관과 연관되는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이와 같은 질병은 진료중심의 소극적인 방식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금연·절주·체력단련 등 적극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오래전부터 공감을 얻어온 것이 사실이다.

당국은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고질적인 생활습관을 개선, 주민건강을 향상시키고자’ 건강증진마을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현재 지정된 마을은 전도적으로 17개 마을. 사전에 해당 주민들의 건강실태와 의식을 조사, 이에 따른 계획과 설명회를 갖고 선정을 한다.

이들 마을에는 ‘종합헬스기구’를 위시하여 ‘러닝머신’ ‘사이클’ ‘벨트마사지’ 등 각종 운동기구가 무상 양여된다.

무료로 주민건강검진을 행하고, 성인병과 치매예방을 비롯한 금연·절주·비만·영양관리 등 보건교육을 실시한다.

단전호흡과 에어로빅교실을 열고 건강걷기대회를 개최하는 등, 마을 전체적으로 운동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주민들로 하여금 건강생활을 습관화하게끔 유도한다.

 궁극적으로 ‘건강증진 마을’은『전체 주민들의 ‘평생건강관리체계’를 확립하여 건강위협요소를 제거하고 건강생활실천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지역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내용으로 운영되고 있는 건강증진마을 사업의 백미(白眉)는 단연 건강체조이다.

이 체조는 주민들의 건강은 물론, 특히 여성들의 일상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는데 보다 큰 의의가 있다.

 여기에 한 마을을 예로 들어보자. 안덕면 사계리가 건강증진마을로 지정된 것은 2005년 2월. 올해로 만 4년이 된다.

 건강증진마을로서의 본격적인 활동은 사계보건진료소에 김영순 소장이 전임되어 오면서이다.

그는 기공체조지도자 자격 등 여러 종류의 건강·복지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는 공직자로서, 이 마을에 평소 생각치도 않았던 체조와 댄스 붐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30대 젊은 주부에서 70대 할머니에 이르기까지 60여명의 주민들이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저녁 산방복지회관에 모여 열심히 기공체조를 한다.

 댄스스포츠와 탭댄스도 배운다.

사계마을 여성들은 이제 건강과 균형 잡힌 몸매를 자랑할 수 있게 되어 흥에 겹다.

더욱 신이 나는 것은 어디든 수줍어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 일이다.

 김소장이 부녀자들의 의식을 완전히 바꿔 놓은 것이다.

 지금은 ‘기공 동호회’(회장·문숙녀)를 결성하여 자발적으로 운동을 하면서, 전도 동호인체육대회에 나가 감격적인 금메달도 목에 걸어 보았다.

비단 신체운동만이 아니다. 지난 15일에는 ‘여성과 행복한 삶’을 주제로 한 소양(素養)특강도 들었다.

 “체조라면 국민보건체조밖에 몰랐던 시골 사람들 아닙니까. 참으로 우물 안 개구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는 육체적·정신적으로 과거와는 현저히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동호회 총무 오순자씨(60)의 얘기가 가슴에 깊이 와 닿는다.

 제주도내 모든 마을이 ‘건강증진 마을’이 되어, 예산과 인력지원을 충분히 받는 가운데 우리 어르신네들이 강녕(康寧)의 노후를 지낼 수 있게 되기를 4342년 새해를 맞아 간절히 비는 바이다.

溪 山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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