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식물은 또 하나의 보물이요, 관광자원이다.
한라산에는 1800여 종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식물 4000여 종의 약 45%가 한라산에 분포돼 있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제주도 전체가 식물의 보고(寶庫)인 셈이다.
설악산의 식물은 800~1000종, 지리산에도 1000~1200종의 식물만 분포돼 있다.
따라서 한라산의 식물을 보호하는 일은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물론 한라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한라산의 식물을 한데 모아 놓은 자생식물원도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의 한라산 식물 보호는 물론 관광자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추진 중인 전국 최초 자생식물원 조성 사업이 주목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귀포시는 올해 3월부터 3년간 향토 자생식물원을 조성하는 사업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사업에는 국비 22억5000만원과 지방비 22억5000만원 등 45억원이 투입된다고 한다.
그러나 국비를 지원하겠다던 산림청은 정작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산림청은 당초 선정된 식물원 예정지가 여미지식물원과 인접해 있다며 다른 부지 선정을 권유했고, 결국 서귀포시는 색달동 산록도로 일대 공유지를 새 부지로 선정했다고 한다.
기존 식물원 옆에 자생식물원이 들어서면 민간 식물원에 손실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부지 변경을 권고한 이유였지만, 사실 두 식물원이 함께 공존하는 게 양쪽에 모두 유리할 수도 있다.
오히려 두 식물원의 특성을 비교 관찰하려는 관람객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전국 최초의 향토 자생식물원이 바뀐 부지에 조성될 수 있도록 반드시 국고가 지원돼야 한다.
사업비 전액을 지원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지방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을 사업도 아니므로 망설일 까닭이 없다.
신림청은 국가사업을 서귀포시가 대신 해준다는 생각으로 자생식물원 사업비를 제때 지원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