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바람에 억새가 속살을 드러내며 나부낀다. 억새가 제주의 가을을 느끼게 하고 관광객들을 유혹하지만 가을을 실감케 하는 것은 바로 음식 맛이다. 평화와 장수의 섬, 제주에서 식도락(食道樂) 하면 아무래도 토속적인 자연식이라 어울릴 것 같고 손으로 하는 음식이 아니면 정성이 깃들지 않는 법이다.
▶최근의 웰빙 신드롬을 타고 제주의 청정자원을 이용한 장수식품을 개발하자는 논의가 빠르게 널리 확산되고 있다. 물론 제주를 대표하고 상징할 수 있는 음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흑돼지고기ㆍ감귤ㆍ옥돔ㆍ은갈치 등은 제주의 명품이다.
그러나 맛이 좋고 몸에 좋다고 하더라도 먹을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고 또한 그 종류가 다양해 어떤 음식이 장수식품으로 권장할 수 있는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사람마다 기호가 달라 좋아하는 음식도 있고 싫어하는 음식도 있다.
▶음식이 우리 몸을 보양할 수도 있고 해롭게 하는 수도 있음은 무슨 까닭인가. 음식의 기운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붉은 색을 띤 식품(토마토ㆍ고추ㆍ포도)은 피를 맑게 하고 심장의 기운을 돕는 효과가 있다.
또한 붉은 색소에는 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키고 항암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 성분도 들어 있다. 흰색을 띤 식품(양파ㆍ마늘ㆍ배)은 폐나 기관지가 약한 사람들에게 좋다. 겨울철기침에 배와 양파를 꿀과 함께 끓어 먹는 민간요법도 이런 이유에서 생긴 것이다.
녹색 식품(시금치ㆍ브로콜리ㆍ녹차)은 간이나 쓸개의 기운을 북돋아 준다. 또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염록소가 풍부해 자연치유력을 높이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조혈 및 세포재생의 효과가 있다.
황색 식품(감ㆍ당근ㆍ단호박)은 소화기능을 도와주고 위장을 보호해주어 비만예방에 좋다. 특히 당근과 단호박의 노란 색소는 카로디노이드계 색소로 항암효과와 노화방지 기능을 갖고 있다.
▶이와 같이 컬러 푸드(Color Food)는 각자 고유한 기운을 갖고 있고 있으므로 4색 식품을 한 세트로 묶어 팔 수 있는 건강보조식품을 개발하는 방안도 제주의 웰빙 산업육성차원에서 연구할 과제라 본다. 예컨대 붉은 색의 한라산 오미자차ㆍ한라산 녹차ㆍ노란색의 당유자차ㆍ흰색의 마늘가공품 등을 한 세트로 묶어 관광 상품화할 것을 제안한다.
논설위원 김승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