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濟州는 ‘실험용 쥐‘가 아니다”
“濟州는 ‘실험용 쥐‘가 아니다”
  • 김덕남 대기자
  • 승인 2004.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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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는 ‘특별’, 실제로는 ‘홀대’

제주도는 정부가 특별한 관심을 갖고 특별히 대우하는 특별한 지역인가.
아니면 모르모트처럼 시험관에서 이용만 당하는 정부정책의 실험용 쥐일 뿐인가.
1990년대 초입에 제정ㆍ시행됐던 ‘제주개발특별법’, 2002년 9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그리고 지난해 대통령이 제주방문에서 언급한 후 급물살을 타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등등.

이름만으로는 보통과 다른 특별한 뉘앙스를 풍긴다.
그러나 속을 헤집으면 영 딴판이다. ‘특별’이라는 포장만 벗기면 제주에 갖다 붙인 ‘특별’이라는 단어는 허구적 말장난에 불과하다. 립스틱 짙게 바르고 눈웃음이나 치는 교언영색(巧言令色)이다.

오히려 “제주를 교묘하게 농락하며 홀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만큼 그동안 정부가 강조해온 제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가까운 예로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한 정부의 겉과 속이 다른 비겁한 태도를 보라.
그래서 도민들의 냉소는 싸늘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제주에 대한 ‘특별정책’은 담론의 왜곡만 부를 뿐이다.

제주 위해 법을 만들었다더니

제주개발특별법을 보자. 결렬한 도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주도를 특별히 위해서”라며 밀어붙인 그 이름도 특별한 특별법이었다.
이로 인해서 한 젊은이가 분신자살까지 했다.

법이 시행 후 15년 가까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도민들은 이 법이 가져다 준 특별한 혜택(?)을 향유하고 있어야 옳은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당시, 개발지역내 농민들은 빼앗기다시피 헐값에 땅을 내주고 그곳에서 김매는 일꾼으로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제주개발특별법 시행초기 제주의 농가부채는 693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작년 말 현재 4400만원에 육박했다.
제주도의 재정자립도는 90년대 중반 41.5%였다. 2003년말 현재는 36%로 낮아졌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것은 중앙정부 지원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이해한다해도 그렇다.
제주도를 특별히 생각해서 만들었다던 제주개발특별법이 그동안 농가부채를 6배 이상이나 무겁게하여 농민들을 짓눌리고 도의 재정자립도를 더욱 허기지게 했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제주개발 특별법은 제주도의 땅값만 올려놓았을 뿐이다. “제주개발 특별법은 바로 제주토지투기 특별법이었다”는 비아냥이 계속되는 이유다.

제주의 지향은 잘먹고 잘사는 것

그렇다면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과 그에 맞물려 돌아가는 ‘제주특별 자치도’는 어떤가.
한마디로 혼란스럽다. 개념도 그렇고, 진행과정도 그렇고, 추진주체도 그렇고, 논의의 핵심도 그렇다. 혼란에 지쳐 헷갈리기만 하다.

국제자유도시ㆍ특별자치도ㆍ지방분권ㆍ자치시범도ㆍ행정계층구조 개편 등등, 제주형 자치모델이라는 컨셉트로 진행되는 담론들은 비빔밥 같기도 하고 잡탕 같기도 하고 짬뽕 같기도 하다.

어느 것 하나에도 제대로 정립된 개념을 찾을 수가 없다.
제주발전연구원이 내놓은 ‘제주특별자치도 기본방향 및 실천전략(안)”을 보면 더더욱 모호하고 어지럽다.

제안된 내용이 기초단체를 없애고 행정계층구조를 단일화 하겠다는 것인지, 제주특별자치도가 전국적 시행을 위한 시범 또는 시험용인지, 중앙정부의 특별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은 어떻게 담보받을 것인지 등 어림하기 힘들고 아리송하기만 하다.
사실상 제주국제자유도시는 이미 인천 경제자유특구와의 경쟁에서 밀려난 상태다. 정부지원에서도 그렇다.

정부가 ‘특별’자를 붙여 생색내면서 제주를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제주의 긍극적 지향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데 있지 않다. 잘먹고 잘사는데 있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그렇다. 도민들은 특별대우를 안해도 좋으니 보통으로라도 편안히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에 거는 기대도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와 제주도민은 ‘실험용 쥐‘일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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