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화 시대 지역 특성에 맞는 관광운수업 정책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주)제주고속관광 고상국 대표는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완화에 따라 영세업체들이 난립, 건전한 전체버스업체마저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전세버스를 빼놓고 제주관광을 얘기할 수 없다. 지금은 렌터카, 택시 등 다른 업종에 상당부문 자리를 내주긴 했지만 관광버스는 여전히 제주관광에 혈관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고 대표만 해도 전세버스업계에서 15년 이상 잔뼈가 굳은 제주관광의 산증인. 지난 75년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가 전세버스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때는 90년대 초.
그간 전세버스회사 실무자로 일선을 누비며 경험을 축척한 그는 이제 경영자로 변신했다. 지난 8월 보유차량 16대로 도내 중견 수준인 제주고속관광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이다.
“사장이라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됩니다. 직접 영업현장을 뛰어 실적이 좋아야 직원들의 사기도 덩달아 오릅니다”
이에 힘입어 이 회사의 최근 전세버스 가동률은 60%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전체 업계평균(30%대)의 두 배에 달하는 것. 고 대표는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보유차량을 30대로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도 요즘 고민이 많다. 전세버스업계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관광 패턴의 변화로 단체관광객이 갈수록 감소하는 데다 유류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전세버스업계는 ‘이.삼중고’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위기 타개책은 ‘서비스 질’ 제고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며 “그러나 영세업체 입장에서는 서비스 개선의 여력이 없는 상태로 제도적 장치가 강구되지 않으면 지역 전세버스업 전체가 공멸할 위기”라며 말했다.
그는 우선 전세버스 차령에 대해 강한 불만을 털어놨다. 지역여건이 다름에도 불구,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말이다. 현행법상 신규 전세버스 차령한도는 9년이다. 그런데 이 기간 전세버스 누적거리는 타 지방을 100으로 볼 때 제주지역은 40 정도라고 한다.
타 지방의 경우 제주를 제외한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하기 때문에 누적거리가 높을 밖에 없다. 제주업체 입장에서는 상태가 양호한 차량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처분해야 하는 셈이다. 고 대표는 “차령 동일 규제는 영세한 지역업체의 경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며 “지역 특수성을 고려, 제주에서는 차령을 3년 정도 더 연장해 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자율요금제인 전세버스 요금체계의 개선도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자율요금을 기화로 덤핑.출혈경쟁이 횡행, ‘서비스 질’의 저하 뿐 아니라 바가지요금 시비 등 제주관광의 이미지를 흐려놓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요금체계를 신고요금 또는 협정요금제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고 대표는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전세버스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서도 ‘서비스 질’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봄 관광 성수기에는 학생 수학여행 등으로 전세버스 수요가 폭증, 시내버스와 시외버스까지 투입하는 사례까지 있으나 비수기에는 평균 가동률이 30%대에 그치고 있다”며 “도와 관광협회 차원에서 수학여행을 분산.유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수송수요를 감안해 전세버스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면허제와 등록제를 절충한 새로운 제도의 도입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