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할머니의 힘
[김덕남 칼럼] 할머니의 힘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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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따뜻한 불씨 되어

 ‘할머니는 위대하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키워낸 ‘오바마 할머니’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 이웃 할머니들 이야기다.

 깊게 패인 세월의 주름살, 옹이가 박혀 더욱 거칠어진 손으로 언 세상을 녹이는 할머니들의 아름다운 기부행진을 말하기 위해서다.

 혹독한 경제 한파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증산층은 무너져 빈곤층으로 내몰리고 있다.

영세기업부도의 도미노 현상, 길거리에 넘쳐나는 청년 실업자, 들리느니 한숨소리 뿐이다.

내남없이 힘든 처지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더욱 춥고 시리다.

 그런데 이처럼 암울하고 절망적 시대 상황에서 할머니들의 작지만 따뜻한 기부이야기는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화롯불 같은 온기나 다름없다.

 표선면 김인정(79)할머니는 어린 손자와 손녀를 거느린 기초생활 수급자다.

그런데도 남의 밭일로 어렵게 모은 돈 20만원을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면사무소에 기탁했다.

벌써 5년째 계속되는 선행이다. 이런 할머니들 이야기는 한 둘이 아니다.

 할머니들이 위대하다는 것은 그들의 선행은 비록 작을지라도 그것이 모여들어 세상을 덥히는 불씨가 되고 한파를 녹이는 모닥불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 바꾸는 작은 영웅들

 아름다운 재단에서 만드는 나눔 월간지 ‘콩반쪽’은 1970년부터 2005년 4월까지 신문에 보도됐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기부금을 분석했었다.

 이에 따르면 기부금 총액은 95명에 1149억5600만원, 이중 할머니 기부자가 87명에 899억850만원이었다고 한다.

 대부분 김밥장사 등 식당할머니, 삯바느질 할머니, 보따리 장사 할머니 등등 험하고 힘든 일 로 돈을 모았던 경우라고 했다.

 개미같이 부지런하게, 마소같이 뼈 빠지게, 거지처럼 못 먹고  못 입으면서. 돈을 모아 천사처럼 남을 위해 돈을 쾌척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들은 하나같은 겸손이었다.

“잠시 돈을 맡아 놓았을 뿐 돈 주인인 산회에 돌려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할머니, “사람도 돈도 필요한 곳에 있어야 된다”는 할머니, “남 몰래 일 좀 해보려는 데 왜 자꾸 찾아다니느냐”는 할머니까지, 모두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작은 영웅들이었다.

 연말만 되면 라면 몇 상자 들고 시설을 찾아 사진이나 찍고 보도 자료로 활용하려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라면 선물‘을 타박하려는 것은 아니다.

큰돈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다.

 전하는 이들의 마음을 ’할머니 마음‘과 ’라면 마음‘으로 비교하고 싶어서다.

성서에는 ’왼손이 하는 일 을 오른손 모르게 하라“는 말씀도 있다.

상류층의 통 큰 기부 기대

 런던 대 인류학과 레베카 시어 교수와 루스 메이스 교수는 잠비아 지역의 인구 통계자료를 토대로 “외할머니와 사는 아이들 사망률이 그렇지 않는 아이들의 절반 이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고 뉴욕타임스는 이를 ‘외할머니 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었다.

 그만큼 할머니의 역할과 가정이나 자녀양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다.

이 같은 할머니들의 영향력은 우리사회가 경험하는 바다.

사실 맞벌이 부부의 육아는 할머니 손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손자 손녀들을 키웠던 사랑의 손길로 어려울 때 추운 사회에 온기를 더해주는 것이다.

 기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계층에 관계가 없다.

 많이 가져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기부자의 따스한 마음과 넉넉한 중상류층의 통 큰 손길이 어우러진다면 사회는 더욱 따뜻하고 포근해 질것이다.

사회 공동체의 유대감이 더욱 돈독해질 것이다.

 최근처럼 계층 간 소득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상류층의 넉넉한 기부는 경제적 효과를 뛰어넘는 사회통합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할머니들의 기부선행에서 배울 일이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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