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도시건축 이야기
[세평시평] 도시건축 이야기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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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만 해도 일본은 사회기반조성이라는 이름아래 엄청난 토목공사가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본을 토목공화국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고이츠미 전 총리시절에는 토목중심의 개발에 대하여 상당한 논란과 개혁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개혁방안으로 내건 것 중의 하나가 일본도로공단을 분할하여 민간도로관리회사에 매각하거나 유관기관에 흡수하게 하여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도로 건설을 유도하게 한 것이다.

일본 발전을 이끌어왔던 대표적인 공기업은 2005년10월1일부로 해체되었다.

특히 일본의 일부 지자체에서도 불필요한 토목공사에 대하여 예산을 삭감하는 등 토목공사 전반에 대하여 대대적인 수정이 이루어지면서 소위 기득권 세력들 즉 건설회사와 의원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던 것은 예상되었던 사실이었다.

흥미있는 것은 많은 주민들이 개혁적인 행정추진을 주도하는 도지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함으로서 개혁추진에 힘을 더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뒤돌아보면 일본 못지않게 우리나라도 도로를 엄청나게 건설하고 있는 나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지도위에 그려진 도로들을 보면 사통팔방으로 뚫린 도로망들로 가득하고 우리나라가 발전하고 있는 상징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제주 역시 이러한 현실은 예외가 아니어서 지역 곳곳에 상당한 도로망을 구축하였고 또 앞으로 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도로 개설은 도로가 지나는 지역의 자원을 극대화하거나 활성화하는 기능보다는 단순히 지나쳐 버리는 도로에 불과할 뿐만아니라 도로건설 방식에 있어서도 지극히 토목적인 형태의 개발이어서 환경훼손으로 이어지고 있기도 한다.

도로에는 자동차만 존재할 뿐 안전하게 거닐수 있는 사람이 없거니와 자전거를타고 여유롭게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 지역사람들의 인심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이제는 도로는 사람의 품으로 되돌아가야 할 시기이다.

명칭 역시 「도로」라고 하기 보다는 「길」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욱 다정하고 맛깔스러운 것 같다.

사전적 의미로서 길은 이동수단이 통행하는 곳, 그리고 도로 역시 통행하는 길의 의미이기는 하지만, 길이 갖는 의미는 사람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통행의 의미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와 같은 도로건설방식에 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거론되어 왔던 사실들이다.

자동차중심의 직선화된 도로, 절토, 성토에 의한 지형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의 가능성 증가, 자전거도로와의 연계성 부족, 그리고 도시지역과 농촌지역의 정서를 고려한 도로계획의 미비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제주도의 추진정책과 실천내용이 서로 어긋나는 일도 적지 않다. 제주도정 도시계획의 주요 목표중의 하나가 생태도시, 안전도시이다.

최근에서 제주도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으로 저탄소운동과 연계하여 녹색산업육성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자동차도로 보다는 자전거 길을 정비하려는 정책, 고효율적인 건축물을 만들기 위한 정책 등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시설물들이 시민들의 생활공간에 깊숙이 자리 잡도록 세심한 도시계획과 도로계획 검토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존도로를 확충하기 바쁘고 게다가 기존도로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롭게 도로를 건설하는 등 상식 밖의 도로 사업을 제주지역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평화로의 경우만 보더라도 경관적인 측면에서도 그리 포근한 느낌을 받을 수 없는 도로이다.

이왕 막대한 비용으로 도로를 만든다면 제주의 풍경이 가득히 담긴 길을 많이 만들었으면 한다.

제주의 특이한 지형을 고려하여 건설된 「길」, 넓은 도로보다는 최소한의 통행을 전제로 한 「길」, 사람과 자전거가 중심이 되는 「길」, 이동 중이라도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눈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담아가는 「길」,그리고 제주 지역마다 색깔(특색)이 있는 「길」을 우리는 만들 수 없는 것일까?

못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배려, 그리고 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 스스로 자성해 볼 시기이다.

김  태  일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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