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한국인의 죽음관”을 주제로 강의했던 일부를 독자와 함께 나누고자 한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 태어나면 죽게 마련이다.
이것을 부정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면, 죽음을 어느 정도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죽느냐에 있다.
우리사회의 죽음과 관련된 문제 중 하나는 죽음의 문제를 금기시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해 잘못된 인식 등이 커져가는 것이다.
죽음학(Thanatology)에서 보면 인간은 살아있으면서도 신체적.정신적 ‘죽어감dying’을 인지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이 ‘죽어감’이란 우리가 잘 알다시피 實在하고 관찰할 수 있는 과정이며, 또한 죽어가는 개인은 물론 주변의 사회환경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인 것이다.
반면, 죽음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죽어지는 상태에로의 전환이다.
Meyer는 죽음과 신경증(Death and neurosis)이라는 책에서 죽음에 대한 사회의 태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데 원시사회에서는 사후세계를 굳게 믿어 사람들은 영웅적이고 침착한 죽음을 맞기 원했다 한다.
또한 중세 사회에서는 최후에 신의 심판을 기다리며 기독교 계율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였으나 현대 서구 사회에서는 죽음에 대해 앞으로 살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초점을 두어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성취나 성공에만 지나치게 가치를 두고 산다고 지적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이쯤하고 왜 죽음교육이 필요한지 필자의 사례를 중심으로 생각해 보기로 하자.
1984년 필자는 가장 가까운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을 연거푸 경험했다.
바로 일남칠녀의 2대 독자인 필자를 끔찍이 생각하시던 할머니께서 동생이 사온 찰떡을 드시다가 그냥 어이없이 돌아가시고 말았다.
그리고 14일 후 밭갈이를 하시던 아버님이 전기감전으로 이 세상을 떠나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가족과 갑작스런 이별로 인한 슬픔을 뒤로 하고 지내다가 1993년 죽음교육을 3개월간 받았다.
죽음교육을 받은 후 삶에 대한 태도가 여러모로 바뀌게 되었다.
우선 아내와 함께 사후 장기기증을 하기로 했다.
부모님께서 주신 육신을 잘 관리하여 사용했다가 또 다른 생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둘째로 시간사용을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하려고 애쓰고 있다.
다소 소모적인 시간 사용은 줄이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시간 활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루 24시간 주어진 시간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셋째로 재정지출을 효율적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불필요한 지출은 하지 않는다.
예로 에어콘 사용이나 불필요한 전등은 켜지 않고 최소한의 조명만을 사용하며 절약함으로서 부부사회복지사로 생활하며 양가 어머님의 용돈과 자녀양육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다.
그리고 정규적인 소득 이외에 외부 강연 등으로 형성된 금액의 일부는 그동안 필자가 성장하도록 도와 준 모교에 발전기금으로 전하고 있다.
이상의 사례를 정리하면서 죽음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현대는 서구사회 뿐만 아니라 서구화된 우리 사회에서도 “죽음에 대해 앞으로 살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느냐에 초점을 두어 생각하기 때문에 사회적 성취나 성공에만 지나치게 가치를 두고” 살아가고 있다.
얼마 전 한 설문 보고에 의하면 청소년들이 “10억이 생긴다면 감옥가도 좋다”고 답한 응답자가 다수였다고 하는 사실에 참으로 암담함을 느낀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어른들이 잘못 보여준 역할 모델이 청소년들을 이렇듯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남녀노소 불문하고 죽음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죽음에 대한 교육을 받다보면 생명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내 생명과 삶뿐만 아니라 타인, 즉 이웃의 생명과 삶의 소중함에 눈을 뜨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모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자본주의로 인해 물질로 풍요해진 한국사회는 이제 보다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기 위한 여러 가지 다양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그 여러 가지 대안 중 하나로서 죽음에 대하여 배우기를 필자는 강력히 권한다.
그리하여 죽음에 대한 배움을 통해 보다 성숙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
그리고 그 중심에 제주가 있기를 소망해 본다.
임 원 선
제주산업정보대학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