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얼버무리는 무책임한 구두선(口頭禪) 행정이 계속되고 있다. 입으로는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언제 그랬느냐는 식의 딴전을 피우는 행정을 말함이다.
이처럼 매해 되풀이 되는 구두선 행정의 대표적 사례는 ‘사업조기 발주’ 구호다.
도는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겠다면서 매해 예산 편성 때마다 관급공사 조기발주를 약속해 오고 있다.
해마다 각종 사업을 연초에 발주시켜 민간부분까지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도 당국의 약속은 말짱 헛말로 그치고 있다.
연초나 상반기 조기발주는 고사하고 오히려 하반기나 연말에 사업을 몰아 발주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도가 도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발주한 사업 176건 1491억원 가운데 상반기 발주는 98건에 불과 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전체 도가 발주한 1억원 이상 공사는 259건 1705억원이었다.
이중 상반기 발주는 83건에 그쳤다. 나머지는 모두 하반기에, 그것도 연말에 몰아 발주한 것이다.
2006년에도 하반기 편중 발주 공사가 전체 공사의 69%에 해당하는 109건이었다.
특히 이중 11월과 12월 연말 무더기 발주도 51건이었다.
상반기 발주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운운’은 그저 입에 발린 소리였을 뿐이었다.
그러니 행정이 불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연말 몰아치기 공사 발주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 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년동안 책상에서 도면으로만 굴러다니다가 회계연도를 넘기지 않기 위해 부랴부랴 집중적으로 공사를 발주하는 데 있는 것이다.
연말만 되면 도로를 파헤치고 덮기를 반복하는 공사가 판치는 이유다.
지역경제 침체나 주민불편은 아랑곳없다. 탁상행정과 무사안일과 무책임 행정의 본보기다.
이를 근절하기 위한 공직책임제 등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