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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처럼 자전거 타기에 좋은 환경을 지닌 곳도 드물다.
우선 공기가 맑아 상쾌한 기분으로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해안도로를 달리는 자전거 하이킹은 제주에서 맛 볼 수 있는 최고의 묘미다.
이미 그 즐거움을 민끽하기 위해 많은 자전거 하이킹족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자전거 타기 생활화는 아직도 요원하다.
제주시내의 경우 대부분 간선도로의 인도가 자전거 겸용 도로로 개조됐지만,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은 찾아 보기 어렵다.
지자체가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만든 자전거 도로가 상당 부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물론 자전거 동호인 등 을 중심으로 이용이 크게 늘고 있긴 하나, 여전히 하이킹 목적이 대부분이다.
제주시내 상당 부분의 인도를 자전거 도로로 뜯어 고친 것은 쇼핑을 하기 위한 주부 등 많은 시민과 직장인들에게 자전거를 이용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자전거를 타고 시장에 가는 주부와 직장에 나가는 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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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자전거 타기가 생활화 된 덴마크나 중국, 일본과 크게 다른 모습들이다.
중국 등을 제외한 자전거 애호 국가들은 거의가 잘 사는 나라들이다.
더욱이 도쿄 시민들의 높은 자전거 이용률은 놀라울 정도다.
이들에게 교통 수단과 소득 수준은 별개의 문제다.
다시 말해, 생활이 어려워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인식이 전혀 없다. 편하고, 교통비가 절약되며,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어 자전거를 애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도민은 물론 한국인들의 자전거 외면 또는 기피 현상은 ‘가난한 사람이나 타는 것’, ‘체면 때문에’, ‘불편해서’가 주된 원인일 것이다.
언제까지 체면문화에 집착할 것인가. 이미 실용화 추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결국, 탈(脫) 체면에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은 공무원들이다.
지금이라도 많은 공무원들이 출ㆍ퇴근 시간에 자전거를 타고 거리를 누빈다면, 그 매력에 이끌려 너도 나도 자전거를 타는 시민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처럼 공무원들은 실천하지 않으면서 시민들에게만 자전거 이용률이 낮다고 말하는 것은 이만 저만 주객전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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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는 건강과 환경 등 어느 것 하나 이롭지 않은 것이 없다.
나의 건강과 함께 매연을 줄여 사회도 건강해지는 이점들을 안고 있다.
최근 “자전거 이용 시설 설치와 관리가 지역 여건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주시의제21협의회가 주최한 ‘자전거 이용 활성화 시스템 구축 방안 토론회’에서 제기됐다고 한다.
사실, 제주시내 자전거 도로 가운데에는 말만 자전거 도로일뿐, 이용이 불편한 도로가 많다.
인도와 겹친 데다, 노폭이 좁아 한 두 대의 자전거가 지나다니기도 어렵게 돼 있는 곳이 산재해 있다.
기능성에 우선하지 않고, 실적에 급급한 고속 전시행정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드문 드문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도 문제다.
하지만, 이미 설치된 자전거 도로의 구조 변경에는 또다시 막대한 주민 혈세가 소요된다.
때문에 인도의 방지턱을 낮추고, 통행에 지장을 주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등 미비한 도로 여건을 개선하는 정도면 족하다. 더 이상 시설 보완사업은 필요하지 않다.
이와 함께 자전거 보관소 등 이용 시설을 확충하고, 자전거도 자동차처럼 편리한 이용 수단이 될 수 있도록 교통체계 시스템을 구축해나가야 한다.
공무원부터 자전거를 타고, 주차장 등 이용에 편리한 시설들만 확충한다면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