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7급 1명ㆍ업자 1명 구속…6급 1명 영장 기각
"공무원들이 이럴 수가…" 시민들, 수사 결과에 분노
태풍 ‘나리’ 피해 지역에 응급복구를 하면서 5000만원 밖에 안된 장비 임차비를 1억4000만원인 것처럼 9000만원을 부풀려서 타내 나눠 가진 공무원과 업자가 경찰에 구속됐다.
제주지방경찰청 수사2계는 11일 제주시청 7급 공무원 김 모씨(36)와 건설업자 홍 모씨(43)에 대해 사기, 업무상 배임, 허위 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은 이날 구속 영장이 기각된 제주시 6급 공무원 김 모 씨(46)에 대해선 영장 재신청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이날 이 사건 영장 실질심사를 한 제주지법 강우찬 판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사기로 사안이 중대하고, 죄질이 불량하다”고 말했다.
강 판사는 “다만, 6급 공무원 김 씨는 가담 정도가 7급 김 씨에 비해 미약해 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해 11월 초순께 제주시 구좌읍 일대 태풍 나리 피해 응급복구를 위한 장비(굴삭기.덤프트럭) 임차비를 부풀려 신청한 뒤 지급된 돈을 나눠 갖기로 공모하고, 실제로 장비 대여업자 14명의 명의를 빌려 9000여 만원을 수령했다.
경찰은 7급 공무원 김 씨와 6급 공무원 김 씨는 건설업자 홍 씨가 수집해 온 자료를 이용해 실제 5000만원이 투입된 장비 임차비를 1억4000만원이 투입된 것처럼 9000만원을 부풀린 뒤 허위공문서 3매를 작성, 제주시장에게 보고해 12월 초순께 허위신청 명의인 14명의 은행 계좌로 돈을 나눠 지급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건설업자 홍 씨는 이 돈을 모두 회수해 7급 김 씨에게 3700만원, 6급 김 씨에게 1200만원씩 나눠주고, 자신도 3100만원을 편취했다.
이들은 나머지 1000만원은 장비 임차비를 허위 신청하는데 명의를 빌려 준 14명에게 부가가치세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청 윤영호 수사2계장은 “특히 이들은 야간에 승용차 안에서 불법 수령한 검은 돈을 전액 현금으로 쇼핑백에 담아 은밀하게 주고 받았다“며 “사상 유례없는 태풍 피해에다, 어떤 응급복구를 했는지 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혼란한 분위기를 틈 타 이런 범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이 재난관리기금을 편취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그 책임을 무겁게 묻는 차원에서 관련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의 범행을 인지하고도 허위 세금계산서 작성 등을 도와 준 또 다른 공무원 김 모씨(29)에 대해선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 번 수사는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수사 의뢰에 의해 이뤄졌다.
한편 이 사건 경찰의 수사 결과를 본 일부 시민들은 “도대체 공무원들이 이럴 수가 있는 일이냐”고 분개하면서 “이번 기회에 나리 피해 복구 사업 전반에 대해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도내 읍.면.동의 나리 피해 복구비 313억원에 대한 집행 내역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혀 곧 전면적인 수사 착수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