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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준공 예정인 제주시 도련동 대규모 화물자동차 공영 정류장을 둘러싸고 특혜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당초 이 대규모 화물자동차 공영정류장은 시-군 통합 이전에 제주시가 추진하던 사업이다.
국비와 도비에서 각각 30억 원씩 60억 원, 제주시에서 40억 원, 그래서 총100억 원을 투입, 무질서한 화물자동차들의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기초자치단체인 시-군이 통합하게 되자 이 사업의 주체는 제주도로 바뀌었고, 사업 방향 역시 급선회하고 말았다.
즉 국비30억 원 외에 도비 를 55억 원으로 증액시키는 한편, 제주시비로 충당하려던 40억 원 대신 민간 기업에 42억 원을 투자토록 해 운영권을 35년간 이양해버린 것이다.
설사 기부채납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운영기간 35년이 지나고 나면 시설이 거의 노후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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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가 이를 두고 “민간업체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는 누가 보아도 특혜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강창식 신관홍 의원은 28일의 임시회에서 화물자동차 공영정류장의 특혜성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고 한다.
시-군 통합전의 제주시가 지금도 있었다면 이런 행태가 있을 수 있겠느냐며 민간에게 특혜를 주는 쪽으로 변질됐다고 추궁했다.
또한 이들은 막대한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 조성하는 공영정류장을 20년간 운영토록하고 기간 만료 시 15년을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동훈 행자위원장은 시-군 통합 이전 제주시가 세운 당초 계획을 변경한 행정행위는 일관성과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며, 앞으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들 도의원들의 질의는 한마디로 화물자동차 공영주차장은 무늬만 ‘공영(公營)’이지 실속은 ‘사영(私營)’에 다름없다는 함의(含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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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영정류장 특혜 논란에 대해 당국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물차 공영주차장은 화물차량 무단주차 등으로 인한 주택가 소음 피해와 물류비용 절감을 위해 필수 시설이다.
그리고 민간업자 선정도 공개모집을 통해 적법하게 이루어 졌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이 당국자의 말을 부정하고 싶지 않다. 그럴 것이다.
무단 주차, 주택가 소음피해 예방, 물류비용 절감 등을 위해 대규모 화물차 공영 주차장은 필요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간업자 선정도 공개 모집과 일정한 기준에 의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렇더라도 당초 명실상부한 공영 정류장으로 시설하려던 제주시 계획과 목표를 180도 뒤집은 이유를 우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민자 유치가 아니면 투자 재원이 없어서 그랬는지, 혹은 운영 능력이 없어서 그랬는지 말이다.
그게 맞다면 제주시의 당초 계획에는 사업구상, 사업설계, 입안(立案) 단계에서 근본적으로 큰 하자가 있었다는 얘기가 아닌가.
그렇다면 국비와 도비를 지원키로 한 행정행위도 잘못된 것은 매 한가지다.
그때 이미 사업비 지원을 마다하고 민자를 유치토록 방향을 제시 해 줬어야 했다.
사업주체가 제주시였을 때는 국비와 도비, 시비 투입만으로 순수 공영운영을 할 수 있었던 화물차 정류장이 그 사업주체가 제주도로 바뀌었다고 해서 그것이 안 된다고 계획을 급전환 했으니 특혜논란이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다.
당국이 아무리 화물차 정류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민간업자 선정이 적법하다고 주장해도 도민이 믿어주지 않으면 특혜논란을 잠재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