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룩의 간을 내어먹는다’고 했다. 속담이다. 힘 있는 자의 약한 자에 대한 착취(搾取)를 이야기 할 때 인용된다.
“등치고 간 내 먹는다”는 말도 있다. 겉으로는 위해주는 체 하면서 실속을 빼앗아 먹는다는 뜻이다.
요즘 나라를 요동치게 하는 ‘쌀 소득 등 보전 직불제’ 파동의 원인도 여기서 출발한다.
직접 경작하는 농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쌀 소득 보전 직불금을 농사짓지 않는 공직자나 공기업 임직원,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가로챘기에 그렇다.
2006년의 경우 쌀 직불금 수령자는 99만8000명이다. 이중 17만3484명이 실제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직불금을 챙겼다. 이들에게 돌아간 돈이 1683억원이다. 농민에게 지급해야 할 돈이었다. 고스란히 강탈당한 꼴이다.
그런데 이중에 공직자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4만여명이라고 했다. 여기서 연평균 소득 6000만원대 이상의 전문직 종사자도 1만명이 넘었다.
적자영농, 출혈농사에 시달리며 피골(皮骨)이 상접(相接)한 농민의 피를 빨아 먹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가히 흡혈귀(吸血鬼) 수준이다.
이는 탐관오리(貪官汚吏)들의 농민수탈이나 다름없다. 농민 착취다. 입만 열면 백성을 위한다는 정부가 멍석을 깔아 준 결과다.
공직이나 사회지도층의 윤리의식이나 양심은 애초부터 없었다. 땅 투기를 위한 ‘위장영농‘만 있을 뿐이다. 발아래 불쌍한 농민은 보이지 않았다. 소작농이 있을 뿐이다. 짓밟으며 부려먹어도 머리 조아리는 농노(農奴)만 보였을 것이다.
‘가짜 농군‘들의 눈에는 그렇다. 농민들은 수탈의 대상이다. 제 배와 욕심을 채우기 위한 마름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제는 당하는 농민들에게도 ‘배알‘이 있다는 데 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하는 법‘이다.
배알이 뒤집히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식 분기(憤氣)가 억제할 수 없는 폭발력을 발산하는 데 있다.
수많은 역사 기록이 그렇다. ‘동학농민 혁명’도 봉건적 수탈에 저항한 민중봉기가 시발이었다.
농민반란으로 이야기되는 민중봉기는 대개 농민과 백성에 대한 관료조직의 수탈과 가렴주구(苛斂誅求)에 대한 저항이었다. 다수의 민중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담보로 일어섰던 것이다.
그래서 무섭다. 목숨을 내걸었기에 물불을 가리지 않는 투혼이 겁나는 것이다.
최근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을 벗어나 농지를 치부의 수단으로, 농민을 수탈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현대판 탐관오리’의 탐욕과 도덕적 해이는 민중봉기의 뇌관에 불을 붙이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그러기에 이의 폭발성이 무섭고 폭발력이 겁나는 것이다.
쌀 소득 보전 직불금 파문의 뇌관을 일거에 제거하지 않으면 나라의 운명은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금융위기와 경제 불안이 온 나라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신뢰의 위기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더욱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쌀 직불금 뇌관의 제거나 해체가 더욱 시급한 이유다. 질질 끌거나 좌고우면(左顧右眄) 할 때가 아닌 것이다. “네 탓”, “내 탓‘ 하며 책임전가로 물 타기 노름을 할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부당수령자를 빨리 가려내고 직불금을 환수하는 일이 급하다. 환수된 직불금을 공평하게 농민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직불금 불법 수령 공직자들에게는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확실한 제도개선을 통해 농민을 격려하고 힘을 실어줘야 함은 물론이다. 지금 사회분위기는 솔직히 말해 ‘심정적 민란이나 민중봉기 수준’이다. 불안하다. 이런 상황을 정부만 모를 뿐이다. 정부가 제발 정신을 차려야 한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