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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과 화해는 재판을 거치지 않고 민사분쟁을 해결하는 제도이다.
판결은 원고.피고 중 어느 한 쪽이 승자가 되고, 한 쪽은 패자가 된다. 물론, 소송 당사자가 반드시 재판을 통한 판결을 원할 경우 정식 재판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조정은 소송 당사자 한 쪽의 완패가 아니라, 모두에게 나름대로 이익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관들도 반복되는 공판 부담을 덜 수 있다.
민사분쟁은 손해배상 및 채권.채무 관계, 소유권 등 재산 다툼 등이 대부분이다. 교통사고 등과 관련한 각종 배상과 재산 분쟁 및 빌려준 돈을 갚지 않아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
소송 당사자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지자체 또는 국가 간 및 보험회사, 은행 등 금융기관과 채무자 간 등 다양하다. 특히 민사분쟁은 경기침체가 지속될때 더 많이 발생한다.
소송 당사자의 주장이 워낙 팽팽한 손해배상 분쟁의 경우 법원은 강제력을 행사할 수 밖에 없다. 판결이 아니면 사건이 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화해하면 해결될 수 있는 분쟁은 조정이 최선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미 선진국들이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 제도의 이점을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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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의 민사사건 조정비율은 다른 지방법원에 비해 높은 편이다. 특히 민사항소와 민사합의 사건의 조정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올 들어 8월까지 민사 항소사건의 판결과 조정 건수는 각각 99건 및 57건이었고, 민사합의 사건의 판결.조정 건수도 각각 121건 및 61건이었다.
판결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사건이 법원의 조정에 의한 소송 당사자의 화해로 해결된 것이다. 지난 4월 전국 지방법원 중 3위를 기록한 조정 비율 54.4%와 유사한 형태를 유지했다.
그러나 민사단독 및 민사소액 사건의 조정 비율은 아주 낮다. 올 들어 8월까지 제주지법 민사단독 사건의 판결과 조정 건수는 각각 1598건 및 283건, 민사소액 사건도 각각 4207건 및 174건이었다.
이들 사건의 경우 여전히 재판에 의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조정은 성격상 소송가액 등 규모가 큰 민사합의보다 소송가가 적고 규모도 작은 민사단독 사건에 더 유리한 제도다.
따라서 법원은 왜 소송 당사자들이 이 제도를 외면하고 있는 지, 집중적인 분석과 함께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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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으로 해결되는 사건은 주로 임대차 관련 분쟁과 토지.건물 인도사건 및 친족 간 분쟁 등이다. 사건의 성격으로 보아 재판보다 당사자의 화해ㆍ조정 만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이들 분쟁 중에는 법리적인 판단을 요하는 사건과 함께 쌍방이 서로 자기만 옳다고 다투는 사건도 많다. 바로 법원이 할 일이 이들 다투는 사건을 법정이 아닌, 조정실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다.
선진국 법원의 경우 대부분 민사사건이 조정.화해를 통해 1심에서 종결되고 있다. 따라서 상소심은 법률심의 역할만 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민사분쟁 해결 사법 시스템도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민사사건의 90% 이상을 조정ㆍ화해로 해결하고 있는 미국의 사례는 귀감이 될 만하다.
미국은 1998년부터 ‘재판 외 분쟁해결 방법’이라는 법을 제정해 적극 운용하고 있고, 영국도 이에 적합한 사건은 재판에 앞서 의무적으로 조정을 통해 해결토록 하고 있다.
제주지법이 먼저 이러한 선진국형 사법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미 지난 4월 조정율이 전국 지법 중에 3위를 기록할 정도였으므로, 잠재적 능력은 상당 부분 확보된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