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는 다른 지방 향토물산전이 일년에 2회 정도 열려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 향토 물산전은 7년 전에 한번 열린 후 소식이 없어요. 미국에 사는 제주출신 교포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입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
나이가 들면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제주를 떠나 미국 땅에 뿌리를 박고 산지 수 십 년이 흘러도 자나깨나 고향 제주를 못잊는 재미 제주총연합회(회장 임광우)에서 활약중인 고상운씨(55. 사무국장. 제주시 외도동 출신), 김영규씨(60. 미 동부지역 해병대 전우회 이사. 서귀포시 출신), 전성희씨(54. 제주총연합회 여성회장. 북군 한림읍 금악리 출신) 등은 태평양 너머에 살면서도 고향 제주의 발전을 항상 기원하고 있다.
제주도지방공무원 교육원이 지난 1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실시한 재외 제주도민회 임원 향토학교 참석 차 김이사는 17년만에, 전 여성회장은 25년만에 제주의 물 삼다수를 마셨다.
물 설고 낯선 곳에서 자리를 잡으려면 고생은 당연지사.
고사무국장은 1976년 서울에서 여행사를 경영하던 중 모객차 미국을 방문했다 주저앉은 케이스.
영어 통역안내사 경력을 갖고 있어 좀 나으려니 여겼지만 그에게 주어진 일은 신문접지작업과 가발세일.
이후 갖은 고초를 거치고 지금은 교통사고 처리전문으로 법률회사에 근무중이다.
초창기 연동 로얄호텔 직원이던 김이사는 1987년 시카고에서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24시간 한식당을 운영해봤지만 역부족으로 인근 미시간주에서 접시닦기도 거쳤다.
영어가 서툰 이민 1세대들에게 맡겨지는 손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소규모 세탁업을 하다 현재는 롱아일랜드에서 손톱을 다듬어주는 '네일아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간호사 신분으로 뉴저지주를 찾은 전 여성회장은 생선가게, 디자인 등 다양한 직업을 섭렵했다.
"욕심이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제 결혼으로 1남2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녀는 제주도의 것을 미국에 소개하는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갈옷은 미국 청바지에 필적할 수 있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그녀는 "쑥과 갈옷을 결합하면 청바지보다 훨씬 나은 전 세계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서 "제주인의 야무진 손끝과 근면성을 살린 기술산업, 즉 세계인의 공감대를 전제로 창작 공예 작품 생산하면 시장을 주름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제주인은 어디서든 적응도 잘하고 자기 몫을 분명하게 해냅니다."
이들 3명은 이구동성으로 바로 자신이기도 한 제주인을 칭찬한다.
뉴욕, LA,시카고,워싱턴,미시간 등 5개 지역에 구성돼 있는 제주도민회의 회원은 줄 잡아 1000여명 정도.
김 이사는 "여름 야유회, 신년 하례식 등을 개최, 제주 출신 이민자들을 1년에 두 번 정도 만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면서 "제주 젊은이들은 미국 등 외국 진출로 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13일 다시 제주를 떠나면 언제 다시 올 수 있을는지 모르는 그들은 제주도정에 "뉴욕에 제주사무실을 만들어주면 향토물산전의 매년 개최 및 제주 홍보를 맡아 제주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민간 제주외교사절을 자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