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최근 정책들이 갖고 있는 일관성은 건설 경기의 회복이다.
건설 경기를 살려내고 그것을 주동력으로 해 침체된 경기를 살려내겠다는 것.
물론 한반도 운하가 그 구상의 한 축이었으나 한반도 운하가 추진될 경우 건설 업체야 당장 일감이 많겠지만 환경과 국토의 미래, 21세기 운하의 효율성에서 문제가 분명해 그건 접기로 했다.
그렇다면 건설 분야에서 남은 주축은 아파트 중심의 건축.
◈ 기호지세(騎虎之勢), 이미 호랑이 등에 올라 탔다?
아파트를 지어도 사 줄 사람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서민은 돈 마른 지 오래고 결국 사 줄 사람은 부자들. 부자들의 돈을 끌어들이기 위해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제를 그래서 미리 손을 보아 놨다.
그 다음으로는 투기과열 지역으로 묶어 놓은 것을 해제해 주면서 건설사들에게 멍석을 깔아 줄 순서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신용경색에 따른 금융위기로 돈줄이 말라붙어 뛸 수가 없어 깔아줘도 못하니 어쩐다.
결국 8조원 이상 공급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한다는 구제 방안까지 합쳐 세트 메뉴로 내놓았다.
사실 건설회사들은 요즘 중소업체들은 말할 것 없고 우리가 잘 아는 대기업들도 실컷 얻어 쓴 프로젝트 자금에 대한 지급보증이 몰려 있어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는 중이다.
상위 몇 개 회사 빼고 나머지 업체들은 비상이 걸려 있다고 보아야 할 정도이다.
정부가 금융위기 해소 방안을 내놓고 펀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준다고 해도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이 눈치만 보며 움직이지 않은 것도 건설업계 부실에 물려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규제 풀고 돈 쏟아붓고 안 팔리는 아파트는 사주기까지 하겠다고 한 것이다.
어쨌거나 현재 고금리, 거시경제 침체, 금융시장 구조적 불안, 주택 가격 하락이라는 부정적 요인이 겹쳐 있는데 부동산 거래가 정부 소망대로 활발해질까? 이번 구제대책의 약발이 크게 먹히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건설회사들은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돈을 얻어 아파트 짓고 고분양가로 짭짤하다 못해 막대한 이득을 챙겨왔다.
어떻게 짓든 다들 사재끼니까 팔리지도 않는 곳에 아파트 지어놨다가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금의 미분양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 시장 원리대로 한다면 값을 낮춰서 서민들에게 팔아야 한다.
그런데 서민들이 못 살만큼 오른 고분양가는 그대로 두고 금고를 열어 건설사를 돕는다는 것은 분명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다.
그리고 투기 규제 장치를 다 허물었으니 경기 회복 때 투기붐이 일면서 과열될 것이 뻔한데 어떻게 할 건가도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문제는 시장의 신뢰. 경제를 이끄는 강만수 장관에 대해서는 내켜하지 않는 여론이 많다.
그래도 ‘강을 건너는 중에는 말을 바꿔 타는 게 아니다’면서 일단 계속 간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 가는 게 아니라 아예 부총리로 올려준다는 소문이 돌아 소문만발.
◈ 강만수 장관 부총리 프로젝트
21일 서울경제신문 초판 2면에 ‘재정부, 강만수 부총리 프로젝트 진행’이라는 기사가 실려 다들 질겁했다. 서울경제신문의 보도 내용은 이러하다.
“장관님 PI(Personal Identity) 관리를 통한 대외 이미지 제고 방안 - 강 장관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유도하고 부총리제 부활 논의에서도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그 실천 방안으로 강 장관이 국회에서 포용력과 여유를 보여주고, 미래 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인자한 할아버지 멘토로서의 모습을 제시한다. 오피니언 리더 등과 자리를 함께 하며 장관 개인의 성장 스토리를 부각시킨다.
KBS 방송 프로그램 ‘비타민’ 등에 출연한다.”
그러나 이 기사는 초판과 인터넷 사이트에 잠시 떴다가 사라져버렸다. 재정부는 ‘홍보 쪽 실무자가 만들었는데 아무한테도 보고 안 되고 남들이 보지도 않았고 그냥 혼자 만들었다가 말이 안돼서 폐기한 문건’이라고 해명한다.
정신 나간 공무원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만들었고 재정부에서는 아무도 안 봤는데 기자는 어디서 얻어 보고 사본까지 갖고 있단 말인가. 삭제해 달라니 삭제해준 신문사도 웃긴다. 그럴 거면 뭐하러 실었단 말인가.
변 상 욱
CBS보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