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으로 넘어가 남북공동선언문을 성사시켰다.
우리 민족에게는 너무나 감격적인 날이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 김정일을 평양에서 만나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온 겨레의 숭고한 뜻에 따라 정상회담을 가졌다.
2007년 10월 4일, 역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6ㆍ15 공동선언의 정신을 재확인하고 남북관계발전과 한반도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과 통일을 실현하는데 따른 제반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협의하였다.
쌍방은 우리민족끼리 뜻과 힘을 합치면 민족번영의 시대,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하였다.
미국의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는 ‘2007 남북정상선언’ 직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화해와 평화통일을 지향한 모든 한국인들의 득이 될 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진척시키는데도 크게 기여하는 인류사적인 의의를 가진다”고 논평했다.
특히 그는 “한반도에서의 긍정적인 소식은 세상의 진정한 평화와 정의를 세워내려는 지구상의 다른 노력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라며 “최근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은 오늘날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우리는 남북관계에서 평화를 통일에 우선하는 가치로 설정할 수 있다.
통일이든 평화이든 모두 이념적 성격과 현실적 성격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통일은 이념적 포장이 많은 반면에, 평화는 이념의 포장이 없다.
통일과는 별개의 독립적인 가치로서, 대북정책의 고유한 목표로 평화를 설정하여, 평화정착을 위한 전략을 말하고, 평화계획을 추진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평화 정착에 진전을 볼 수 있고, 통일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특히 10ㆍ4선언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처럼 두 차례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는 남북통일을 위해 김대중 대통령이 야당시절부터 일관되게 주장해온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의 결실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그의 햇볕정책은 노벨평화상으로 세계적인 인정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진정으로 적대와 긴장의 관계에서 화해와 평화의 관계로 전환되어질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단발성 남북관계의 정치적 이벤트로 그칠 것인가?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 관계에서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의지나 고민과 발상은 찾아보기 어렵다.
“상생과 공영”을 내세우면서 남북정상 합의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관광객 총격사망 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도 기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민족적이고 국가적인 차원의 사업에 대하여 정부 차원의 노력은 실감되지 않고 있다.
육로관광의 길이 열린 다음에 이어져야 할 다채로운 계획들은 중단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은 북한을 테러지원국 목록에서 삭제했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도 중대 기로에 섰다. 그리고 남쪽 정부의 대북정책 입지도 넓어졌다.
남쪽은 ‘비핵 개방 3000 구상’ 에 따라 비핵화의 진전을 남북 관계 개선의 사실상 전제로 삼아 왔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핵심이다. ‘비핵 개방 3000 구상’이란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북한경제를 수출주도형, 개방형경제체제로 전환, 여기에 400억 달러의 국제협력자금을 투입하여, 매년 15∼20%의 경제성장을 통해 10년 후에 1인당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든다는 것이다.
비핵화 진전만큼, 남쪽이 움직일 명분이 커진 셈이다.
테러지원국 해제로 전략물자 수출 통제가 완화돼 개성공단 등에 대한 남한의 설비 반출이 쉬워지는 등 남북경협 여건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쪽이 순순히 남북 관계 복원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
6ㆍ15, 10ㆍ4 선언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남북 대화 재개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