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 '고법 제주부' 환원해야 한다
[사설] 대법, '고법 제주부' 환원해야 한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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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받으러 광주까지 가는 부담 왜 생각 안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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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기존 광주고등법원 ‘제주부’를 ‘제주 원외재판부’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기능도 축소해 버려 도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물론 항구적인 제도가 아니라, 정책 방향 설정 과정에서의 과도기적인 조치라지만, 후퇴한 사법 시스템임이 분명하다.

원래 대법원이 ‘고등법원 지방부’를 두게 된 동기는 제주도민 때문이었다.

소송사건 당사자와 형사사건 관련자들이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멀리 떨어진 광주고등법원까지 가야 하는 불편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 시작된 제도였다.

1995년 3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지방법원 내에 ‘광주고법 제주부’를 설치한 것이 우리나라 고등법원 지방부의 효시이다.

이후 광주고법 전주부(현 원외재판부)가 설치됐고, 올해 9월 대전고법 청주 원외재판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이들 지방법원 소재지 고등법원의 부와 제주지역의 부는 엄격히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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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늘어나는 지방 부의 항소사건을 고법 본원에서 재배당받아 원활히 재판하기 위해 새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신속한 재판으로 소송 당사자들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제주부는 항소사건의 증감과 관계없이 지역적 여건을 감안해 설치됐다.

항소사건이 급증해 제주부를 원외재판부로 기능을 축소시켰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들어 8월말까지 제주 재판부가 처리한 항소사건은 민사 90건, 행정 23건, 형사 62건, 가사 1건 등 모두 175건으로,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5건이 늘었을 뿐이다.

항소사건 증가로 인한 재판부의 부담 때문에 광주고법으로 사건을 재배당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러한 명분보다는 고등법원의 권위를 고려한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

종전 제한을 두지 않았던 원외재판부의  재판사무 범위를 규정한 제도에서 이를 충분히 엿볼 수 있다.

‘고등법원장은 사건의 성격, 전문성, 소송물의 가액 등의 사정을 고려해 필요한 경우 대법원장의 허가를 얻어 고등법원에서 재판할 수 있다’는 규정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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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아니라, 원외재판부 재판장(지방법원장)도 접수된 항소사건 중 고법에서 재판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서는 고법으로 재배당(이송)할 수 있다.

실제로, 원외재판부로 바뀐 뒤 제주재판부는 민사사건 14건과 형사사건 5건, 행정사건 6건 등 모두 25건의 항소 사건을 광주고법으로 재배당했다.

물론 개정된 재판사무 처리 규칙에 따른 이송일 테지만,  소송 당사자와 변호인, 피고인과 검사, 그리고 가족들에게 초래될 시간적.경제적.정신적 부담은 불을 보듯 훤한 일이다.

만약, 대법원이 이처럼 제주지역 소송 당사자들이 당할 불이익을 충분히 고려했다면, 이런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광주고법과 자동차로 1시간 여 거리 밖에 안 된 전주시민들도 거리가 멀다며 전주 원외재판부의 전주부 환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물며 공판이 열릴때마다 많은 경비가 소요되는 항공기나 여객선을 타고 광주까지 가고, 경우에 따라 1박을 해야 하는 제주지역 항소사건 관계자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어쩌면 대법원은 제주의 지역적 여건을 감안해 제주만 예외로 항소사건을 광주고법으로 재배당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문제의 본질을 해소킬 수 있는 해법이 아니다. 해결 방법은 오직 하나, 기존 ‘제주부’로의 환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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