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소 주(燒 酒)
[세평시평] 소 주(燒 酒)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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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방송 인터넷 판(www.cnn.com)에서 美 국어사전 새로운 단어수록(dictionary add new batch of word)에 우리나라 ‘소주’가 포함된다는 보도를 보았다. ‘쌀로 증류한 한국식 보드카 소주(soju a korean vodka distilled from rice)’로 명기 되었다.

현재 소주는 서민들이나 상류층에서 애용하는 국민주이고 제주 한라산소주도 품질면서 다른 소주에 비해 뒤떨러지지 않는다.

제주 한라산소주는 제4공화국 시절에는 전국 소주경진대회(contest)에서 금상을 받은 전력이 있는 소주다.
그리고 소주는 우리제주 와 인연이 있는 술이다.

일본의 우리나라를 침략 한 왜정시대에는 지금의 제주항 사라봉 기슭기에 ‘동척회사’라는 한강이남에서 제일 큰 공장을 지어 일본 주주들의 우리지역의 고구마를 수탈하여 주정원료를 생산하여 국내는 물론 일본까지 사용했었다.

어찌 보면 소주의 원조는 제주라고 할 수도 있다.

그 당시 내가 유년시절 제주에서는 소주를 ‘공장주(工場酒)’라고 했다.

‘공장주’와 돗배설(돼지내장)안주면 아주 귀한 소님 접대용이었다.

이조 농경사회에서는  쌀로 만든 소주는 원래는 황제나 제후가 마셨던 최고급 술이었다.

소주는 한주(汗酒)라고 했다고 한다. 땀나는 술이라는 뜻이다.

임진왜란 때 임진강으로 도망간 선조가 시종에게 술이 있느냐고 묻자, ‘소주’한 병 있다‘고 대답했고, 뱃사공이 갖고 있는 사기종지(cup)를 구해서 한잔씩 돌렸다는 자료가 있다.(윤국형 저’문소만록‘)

옛날이나 지금이나 소주는 서민들의 삶의 애환이 서려 있는 술이다. 나는 애주가는 아니지만 일이 안 풀이고, 생활이 막히고, 갈등, 한 등을 잊기 위해서는 소주가 안성맞춤 이다.

술이 시작되면 술잔이 돌아가고, 그 술잔에 정을 담아 마시게 되면 훈훈한 사람냄새가 난다.

술은 인간의 감정을 안정시키거나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 근심과 걱정, 미움과원망의 앙금을 녹여주는가 하면 기쁨과 용기, 사랑과 행복을 배가 시켜주기도 한다.

또한 인간사의 친소(親疏)관계를 인간적으로 묶어주기도 하고 멀리 떼어 놓기도 한다.

옛 속담에 ‘술을 아주 취하도록 같이 마셔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안다’는 말이 있다.

술에 의해 발가벗겨진 본성은 포장된 위선의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고 사람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말이리라.

요즘은 하얀 한라산소주를 노지감귤을 빗대어 노지소주라고하고 초록색 한라산소주를 하우스 소주라고 한다.

“백세주‘와 한라산소주를 타서(mixer) 50세주라고 하여 많이 애용한다.

서민들은 세상사가 고단하면 술로 시름을 달래고 세상을 잊고 싶은 것이 리라, IMF 위기를 맞았을 때도 거의 모든 상품이 매출이 줄었으나 소주판매량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어째든 소주는 서민들의 낭만이고 감성이고 예술이다.

술과 예술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주선(酒仙)의 경지에까지 오른 문장가들을 보면 취중감흥이 그대로 예술이고 문학이다. 중국의 이태백, 도연명 문장가도 술로 인생과 자연을 노래했다.

 독일의 대작곡가 브람스도 술이 아까워서 죽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술을 마시며 세상을 하직했다.

어린이 마음 같은 천상병 시인도 그의 시에서 ‘술은 술이 아니고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예찬했다.

문인이나 서민들도 모두 삶의 버겁고,  지쳐서 퇴근길에 변두리 목로주점에서 삼겹살에 소주는 반복되는 일상의 궤도에서 술의 주는 정신건강요법이고. 생활의 비타민이다.

우리 소시민들에게 근심이 없어야 술 소비도 줄어드는데 서민들의 생활이 워낙 힘든데다 경기가 말이 아니고,  직장 취직도 하늘의 별따기고, 장사도 바닥인 요즘 술로 한풀이를 하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한다.

답답할수록 술을 권하는 사회가 된다는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도 그렇다.

일제 치하의 부조리한 사회가 지식인의 좌절과 고뇌를 풀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술을 권하는 사회가 된다는 이야기지만 … 지금은 최고의 절기인 가을이다. 낭만과 여백이 없는 말이지만 술보다는 산행, 독서 등을 권하고 싶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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