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드레일이 유일 해법 아니다
[사설] 가드레일이 유일 해법 아니다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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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귀포 간 평화 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뛰어넘는 교통사고만 발생했다면 오로지 도로 시설 탓이다.

그래서 화단 형 분리대를 부랴부랴 가드레일로 교체하는 일이 일어나면서 말 모른 도민 혈세(血稅)만 쏟아 붓고 있다. 좋아 할 사람은 업자들이다.

평화 로에서  화단 형 중앙분리대 월장(越牆) 교통사고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 4년간 4건이 발생, 8명이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당국은 지난 2005년 ‘월장교통사고’가 일어나자 1년여 전에도 거액의 예산을 들여 일부 구간의 중앙분리대를 가드레일로 교체한바 있었다. 이때도 사고의 해법(解法)을 다른데서 찾으려 하지 않고 도로 시설 탓만 하면서 죄 없는 예산만 투입한다는 호된 비판을 받았었다.

요즘 논란이 일고 있는 평화로 다른 구간의 화단 형 분리대 가드레일 교체 역시 1년여 전의 전철(前轍)을 밟으려 한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경찰을 비롯 관계기관이 지난 달 29일 등 올해 들어 2건의 동종(同種) 교통사고가 일어나 3명이 숨지자 위험지구 9곳 7.4km구간에 대해 가드레일로 바꾸기로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평화로 29km 전 구간의 화단 형 중앙분리대를 가드레일로 바꿀 계획이라니 그렇다면 또 수10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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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평화로 ‘월장교통사고’ 해법은 시설교체만이 유일한 것인가. 도로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평화로의 화단 형 중앙분리대는 도로공학적으로 설계돼 아무런 문제가 없다.

높이도 도로교통법상 기준인 15cm보다도 갑절이나 되는 30cm다”. 그러니 시설 면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법원의 판결도 비슷하다. 평화로 ‘월장교통사고’와 관련, 한 보험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원고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중앙분리대를 설치할 당시 가드레일 형에 비해 화단 형이 도로 자체의 미관이나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 조망에 유리하다는 측면이 고려된 점이 인정된다”는 요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평화로의 교통사고 해법을 종합적으로 찾으려 하지 않고 시설 교체에만 의존하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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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앙분리대의 가드레일 화(化)로 사고 차량의 반대편 돌진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과음-과속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것 자체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평화로의 교통사고가 어찌 ‘월장사고’뿐인가. ‘월장사고’를 포함한 모든 유형의 교통사고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따지고 보면 ‘월장교통사고’의 원인은 과속과 음주운전이다. 더러 졸음운전도 있을 수 있다.

교육을 통해서건, 단속을 통해서건 과속, 음주,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것이 모든 유형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가드레일 보다 몇 배 효과적이다.

운전자들이 성가시긴 하지만 단속 카메라를 2~3배 더 증설하는 것도 한 방법일 듯싶다. 만취 졸음운전이거나 100km 초 과속 난폭 운전 앞에 설사 가드레일인들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겠는가.

경찰 등 관계당국은 편법에 불과한 중앙 분리대의 가드레일 화를 포기하고 다른 사고 예방책을 찾기 바란다. 설사 가드레일을 설치한다 해도 예산-인력 부족으로 사후관리가 부실하면 여러 해 뒤에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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