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한 <위기의 119 두 번째 이야기, “생존”>은, 지난 8월 서울 은평구 나이트클럽 화재현장에서 다수의 소방관이 희생된 것과 관련하여, 이 같은 사고가 매년 반복되고 있는데도 충분한 대책이 없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채 사지로 내몰리는 소방관들의 탄식과 함께, “생존”이라는 단어가 주는 절박감이 온몸을 아프게 누르던 며칠 후,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이 중국선원들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해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주권국가의 정당한 공권력이 난자당하였다는 데서 비탄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경찰과 소방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를 임무로 하고 있으며, 국가와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희생이 계속 반복되고 있음에도 명징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이해하기 어렵다.
막말로 경찰이든 소방이든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이 아닌가. 이제 누군가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한다.
업무수행시 안전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는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서 조직내부의 자성과 진지한 고민이 필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경찰은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고 체포술을 개발하였는가 하면, 상황별 매뉴얼을 제작하고 이에 대한 교육 훈련을 강화하였다.
특히, 필자가 재직 중인 제주서부경찰서에서는 ‘나 경찰 지키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내부의 끊임없는 토론과 교육으로 조직의 단합을 이루었고,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는 힘을 갖추게 되었다.
창설 1년의 신생경찰서로서 주요 사건사고를 명쾌히 해결하였는가 하면, 단 한건의 자체사고도 발생하지 않은 사실은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이것은 지휘관의 냉철한 판단과 의지, 조직원들의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 할 수 있다.
‘진화해야 산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롭게 와 닿는 가을이다.
지금은 경찰과 소방이 국민을 위해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다 함께 지혜를 모으고 무량의 힘을 보태야 할 때다.
김 원 욱
서부경찰서 비양도초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