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도시 안전도시 행복도시를 꿈꾸는 제주의 현실이다.
탤런트 최진실씨 등 유명연예인의 잇따른 자살 소식으로 자살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유명인의 죽음으로 이를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사회적 충격파도 우려된다.
제주지역의 자살사망 추세도 예사롭지 않다.
통계청제주사무소가 최근 발표한 제주지역 자살 통계를 보면 10대에서 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자살로 나타났다.
지난해 제주지역 사망자 2880명 가운데 자살이 139명으로, 암과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4번째를 차지했다.
지난 2006년에는 7위에 머물렀지만 1년 만에 3계단이나 상승했고, 질병이 아닌 외부요인으로는 자살이 가장 높은 것이다.
또 10년 전에 비해 자살에 의한 사망은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 1997년에는 제주도민 10만명 당 자살이 14.7명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24.9명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10대에서 30대의 사망원인 1위는 질병이 아닌 자살로 나타났다.
30대까지 사망자 181명 가운데 28.2%인 5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40대 이상이 암이나 뇌혈관 질환 등 질병으로 가장 많이 숨지는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또 남성(106명)이 여성(33명)보다 3배나 높았다.
자살 원인으로는 경제적 고통으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우울증, 신병 비관, 스트레스 등이 꼽힌다.
과도한 경쟁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는 물론, 실직과 빚, 이혼 같은 사유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파탄과 가족 해체도 극단의 선택을 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개인과 가족, 그리고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울증이 자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고 최진실씨의 경우 처럼 30~40대 여성들에게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여 '자살' 우려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침체와 암울한 사회 분위기 등으로 우울증 환자가 5년간 30%이상 급증한 것으로 국정감사 자료에서 나타났다.
제주지역 우울증 환자수는 100명 당 1명(1.4%) 꼴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여성, 노인, 청소년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의 경우는 성적 비관과 입시 지옥 스트레스로 피워보지도 못한 채 목숨을 끊고 있다.
청소년들을 입시지옥에서 구해내고 적성과 능력에 맞게 미래설계가 가능하도록 국가와 사회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자살 숫자가 23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노령층 자살률이 일반인의 4배에 달하고 있다.
노인들은 빈곤보다 고독, 학대를 더욱 힘들어 한다.
자살이 개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하고 자살 방법이나 수단에 대한 접근 을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중매체의 책임도 강화돼야 한다.
2006년 기준으로 범죄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인구 천명당 범죄발생건수가 43.97건인 제주도라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범죄발생건수가 가장 적은 전북의 31.12건과 무려 12건 이상 차이가 난다.
인구 1000명당 소년범죄발생건수도 52.79건으로 인천, 서울, 강원에 이어 4번째로 높았다.
자살율 급증, 범죄율 1위, 이는 사회안전망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방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수수방관해서는 안된다.
지자체와 학교, 지역사회가 튼튼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고 자살 예방과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와 생명의 존엄성 등에 대한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최근들어 부쩍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가 중앙언론사들이 주관하는 지자체 시상에서 살기좋고 행복하고 건강하고 복지가 잘 돼 있는 도시로 선정돼 큰 상을 받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제주 안전도시, 건강도시, 행복도시를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구축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최진실씨 자살 사건을 계기로 주변에 힘들어 하는 가족과 친구, 동료가 있다면 따뜻한 대화를 나눠보면 어떨까.
임성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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