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압배전선로 지중화 확대해야
[사설] 고압배전선로 지중화 확대해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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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ㆍ오름 훼손 막기위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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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역 고압선 지중화 사업의 필요성은 다른 지방의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다른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닌 곳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번영로와 평화로를 지나가면서 줄줄이 늘어선 송전탑 시설에 안타까움을 갖지 않은 사람이 없을 줄 안다. 특히 번영로는 그 정도가 극심해 짜증을 돋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당연하지 않은 일이 마치 당연한 일처럼, 아름다운 오름과 들판과 농경지에 송전탑 또는 전봇대가 한 줄로 늘어섰다.

제주의 중산간처럼 원시 식생환경을 간직한 곳은 드물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한전 송전탑이 늘어서면서 그 면모는 크게 반감되고 말았다.

처음 시설 당시부터 언론 등에 의한 환경훼손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결국 개발의 논리에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만약 한전과 정부가 상당 수 도민과 언론의 오름 훼손 지적에 귀를 기울여 자연환경을 더 중시하는 결정을 취했다면, 지금 중산간은 원시적 신비를 지닌 곳으로 잘 보전돼 고압배전선로 설치로 얻는 이익보다 더 많은 가치를 지닌 곳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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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나 지금이나 도민들은 중산간의 훼손도 막고, 송전탑도 설치하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송전선로를 지중화하는 것이다.

지중화 역시 송전선로가 오름을 가로질러야 하기 때문에 일정 부분의 자연훼손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분별한 시설로 인한 경관 훼손에 비하면 그 피해의 정도가 아주 적다.

제주지역의 고압배전선로 지중화율이 12%로, 전국 평균13%에 밑돌고 있다고 한다.

한국전력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나타난 수치이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다.

고압배전선로는 송전탑과 도로를 지나는 전봇대가 모두 해당된다.

물론 서울, 부산 등 주요 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9개 도 가운데 경기(19.2%)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지중화율이라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수치다.

아다시피 제주는 특별자치도이자, 국제자유도시이다. 서울, 부산, 경기지역 등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받아야 할 곳이 아니다.

더구나 제주지역은 한전이 1970년대 말께부터 배전선로 지중화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한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중화 진척도는 사실상 역진한 꼴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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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제주는 전국에서 하나 밖에 없는 세계자연유산 지역이다.

한전은 우선, 오름과 한라산의 경관을 저해하고 있는 중산간 일대의 송전탑을 모두 걷어내고 지중화하는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오름과 동굴의 세계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제주지역의 고압배전선로 전면 지중화는 바람이 많은 곳인 데다, 태풍의 길목이며, 해안가를 끼고 있는 지역적 특수성을 지닌 곳이라는 점에서도 다른 지방에 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지상의 전력 시설에 해를 끼쳐 잦은 송전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선로의 바람 및 염해 피해와 사용 기간 단축으로 인한 고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지중화 확대사업은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도심 전봇대의 지중화 조기 완료 역시 국제관광도시의 면모를 쇄신하기 위해 절대 필요하다.

한전과 정부는 이제 제주를 단순한 지방의 한 지역으로만 봐선 안 된다. 세계자연유산 지역이며, 국제자유도시로 세계의 도시라는 인식을 갖고 배전선로 지중화 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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