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가훈(家訓)이 있듯이 회사에는 사훈(社訓)이 있다. 학교에도 교훈(校訓)이 있다. 각각의 학급에 급훈(級訓)이 있는 학교도 많다.
집안 어른들이 자녀들에게 전해주는 교훈(敎訓)이나 훈육 내용을 담은 것이 가훈이라면 교훈은 학교의 교육이념이나 교육지표를 간명하게 표현한 표어다.
급훈도 마찬가지다. 학급공동체가 이뤄내고 실천하고자 하는 교육지향이라 할 수 있다.
가훈이든, 교훈이든, 급훈이든, 대개의 경우 그 속에는 가르치고 일깨운다는 교육적 철학이 담겨 있다.
그러나 요즘 도내 초등학교의 급훈은 이렇게 교훈적이거나 교육적 내용보다는 비교육적이고 장난기가 밴 유행어가 많다고 한다.
경쟁을 발판으로 한 학력 우월주의 , 인터넷 등을 통해 번지는 유행어 등을 교훈으로 차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도의회 강무중 교육위원이 도내 106개 초등고를 대상으로 조사한 1367개의 급훈 사례를 분석한 결과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교훈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내용의 급훈도 많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장난기 어린 급훈도 있었다고 한다.
‘담임이 뿔났다’, ‘공부해야 밥 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들의 책장은 넘어가고 있다’, ‘낚이지 말자’, ‘급훈 보냐! 칠판 봐라’, ‘이왕이면 다홍치마’ 등등이 그 사례다.
이들 급훈들은 학생들의 자율적 협의를 거쳐 만들었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부착하여 교육적 지표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이는 교사들의 한심한 조정능력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같은 표현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 학생들에게 아름답고 적절한 표현을 쓰도록 하는 것도 교육의 몫이다. 그렇다면 부적절한 급훈의 남발은 담임들의 부적절한 교육의 결과가 아닌가.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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