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김덕남 칼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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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텔레비전 광고 카피다. 몇 년이 지났다.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박동진 명창의 구수한 가락으로 우려냈던 광고였다.

당시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과 함께 유행을 탔었다. 둘 다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었다.

요즘 중국산 ‘멜라민 먹거리 공포’가 확산되면서 새삼 떠오르는 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먹거리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있다. 불안하면 먹지 않으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자기 땅에서 자기가 손수 농사지어 먹으면 될 일이다. 바보 같은 소리지만 그럴 수 없으니 문제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먹거리 공포를 이길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있다. 정부의 불량식품 통제 기능이 그것이다. 철저하고 강력한 정부의 수입식품 검역 시스템만 제대로 작동해도 희망은 있다. 그러질 못했으니 문제인 것이다.

있기는 또 있다. 식품업체들의 수입 제품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가 이뤄졌다면 그래도 멜라민 쇼크의 어지럼증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을 게다.

이 역시 그러질 못해서 생겨난 혼란이다. 한마디로 이번 ‘멜라민 충격’은 정부의 안일한 식품검역 관리와 기업의 안전 불감증, 그리고 문제 제품을 수입해서 자사상표를 달아 판매하는 부도덕한 기업의 욕심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중국인 상술 "돈이라면 뭐든지"

물론 제1원인 제공자의 책임이 크다. 그러기에 유제품을 생산 판매했던 중국 업체에 백번 씹어 욕설을 뱉어도 성에 찰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우리의 컨트롤 타워 밖의 영역이어서 답답하고 분통이 터질 뿐이다.

중국인 상술은 유명하다. 이는 상식에 속한다. 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한다. 이것이 중국인 상술의 힘이라고 한다.

아라비아 상인, 유대상인과 함께 세계 상권을 삼등분 할 만큼 거대한 경제동물로 불리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섬뜩할 정도로 실리적이며 실용주의 적이다. 중국개혁 개방의 총 설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실용주의적 흑묘백묘(黑猫白猫)론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이익만 된다면 인육만두(人肉饅頭)도 상관없다”는 지독하고 무서운 중국 상술. 여기서 아름다운 기업윤리나 도덕적 상행위를 기대하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그렇다고 인체에 해로운 불량식품을 헤헤거리며 덥석덥석 받아먹을 수는 없는 일이다.

"멜라민 쇼크" 교훈으로 삼아야

여기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정부의 책무가 요구된다. 기업윤리의 사회적 책임도 함께 엮어져야 한다.  “내 건강 내가 지킨다“는 국민의 자존적 ‘신토불이 정신’도 되살려야 할 것이다.

무역장벽이 무너져 ‘먹거리 세계화의 공포’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이를 극복할 국민적 각성이 새로운 빛으로 일어서야 한다.

 그래서 권하고 싶은 구호가 바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다. 신토불이 농산물 생산ㆍ소비 운동을 말함이다.

또 한 번 강조하거니와  먼저 허술한 수입식품 검역시스템부터 뜯어 고칠 일이다. 식약청과 농림수산식품부로 이원화된 검역업무를 통합해 기능을 강화하는 일이다.

먹거리에 장난치는 부도덕한 기업은 살아남지 못하도록 강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민의 먹거리 안전과 건강을 위해 유기농 등 청정 영농 시스템으로 농업구조를 개선하는 데 제도적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안전한 먹거리의 자급자족, 힘들기는 하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중국산 ‘멜라민 쇼크’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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