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ㆍ3이 화해ㆍ상생ㆍ평화를 말하려면
[사설] 4ㆍ3이 화해ㆍ상생ㆍ평화를 말하려면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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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평화재단 설립준비위원회가 출범한지 무려 9개월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저질러 놓은 일을 보니 그저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4.3평화재단 이사장은, 그것도 초대 이사장만큼은 어디까지나 민간인 중에서 적임자를 선임했어야 옳았다.
발기인들은 이 일을 해내지 못했다.

4.3유족회를 비롯, 4,3관련단체 쪽에서 참여한 발기인들이 서로 자기들이 미는 인사를 이사장으로 추대하려고 이전투구 식(泥田鬪狗式) 게임을 벌이다 그만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그래서 지난 22일에야 제4차 발기인 총회에서 4.3단체 측이 퇴장한 가운데 차선책으로 이상복 행정부지사를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써 순수 민간주도로 운영돼야할 4.3평화재단은 당분간 관주도형 운영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2

사실 4.3평화재단에 관(官)이 개입하는 일은 없어야 하고 막아야 한다.

 하지만 초대 이사장에 행정부지사가 선임된 것은 4,3단체와 유족회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이사장 추대권이 전적으로 발기인 총회에 있는 이상 그들이 그동안 성구(聖句)처럼 외어 온 화해-상생-평화의 정신을 발휘했다면 이사장 선출보다 더 어려운 문제도 합의 못할 이유가 없다.

사리가 이러함에도 발기인들이 초대 이사장 합의 추대 하나 제대로 못했으니 행정부지사를 이사장으로 선출한 것이 아무리 도민들의 바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마냥 나무랄 일 만은 아닐지 모른다.

재단설립이 늦어지면 막대한 국고지원금을 날릴 판인데 분쟁에 휩싸인 발기인들의 합의추대만을 학수고대(鶴首苦待) 하기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어쨌거나 초대 이사장 합의 추대 권을 부여받은 발기인 총회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함으로써 민간인이 아닌 고급공무원이 그 자리에 취임하게 된 데는 4.3유족회와 관련단체들에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

그러기에 이사장을 선출하는 4차 발기인 총회장에서 퇴장한 일부 4,3단체들이 비록 관 개입 재단출범과 집행부 사퇴를 주장하면서도 “4.3영령과 유족, 제주도민 모두에게는 죄송한 마음 금할 길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우리는 이 기회에 유족회 측에도 도민들에 대한 사과를 권하고 싶다.

그것이 그동안 실망감에 젖었던 도민들에 대한 예의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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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다. 4.3평화재단이 순조로운 항진을 하려면 초대 이사장 추대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4.3단체-유족-제주도 간의 불편한 3각 관계를 하루 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이제까지의 논쟁들을 모두백지로 돌려야 한다.

지금도 결코 늦지 않다. 일단 재단설립이 완료돼 출범하게 되면 우선 4.3단체와 유족회, 그리고 이사회는 새로운 합의로서 제2대 이사장을 조속히 물색, 추천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그때는 현 초대 이사장은 사퇴해야 한다.

이것이 4.3평화재단을 관주도(官主導)에서 민주도(民主導)의 제 위치로 재빨리 되돌려 놓는 길이요, 분열됐던 4.3단체와 유족, 그리고 행정기관, 도민 간에 화해-상생-평화를 이루는 길이다.

이마저 실패하는 날에는 4.3평화재단은 평화도, 화해도, 상생도 모두 잃어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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