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아내의 교통사고
[세평시평] 아내의 교통사고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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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내가 남이 되어보는 연습”이고 남의 아픔과 슬픔을 이해하는 마음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이다. 라고 한 어느 장애인 여자문인의 말이 나의 뇌리를 스친다.

며칠 전 일이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아내와 나는 사라봉에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새벽에 커플운동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나는 평소에 뛰는 습관이 있어서 아내에게 내가 먼저 뛰어서 사라봉뒤쪽 별도봉 입구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뛰어갔다. 별도봉 입구에 다 갔는데 아내의 교통사고라는 핸드폰이 왔다.

아내의 교통사고 장소까지 되돌아가는데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가늠해보니 10분 내외 시간이 소요(所要)되었다. 

사고 장소에 도착해보니 나의 아내는 건널목 행단보도에 들어 누워 있고, 119소방차가 와서 있었고, 가해 운전자는 멀리서 핸드폰 전화만하고 있다.

그때 때마침 지나가는 남자 어른이 나의 처 핸드폰으로 1번 단축키로 나에게 전화해 주었다고 하며, 운전자에게 다친 사람을 우선 살려야할 것 아니냐고 욕하면서,  나의 처를 보살피고 있었다.

나는 경황이 없어 나의 처를 도와준 그 분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못하고 연락처도 확인하지 못한 채 소방차로 000병원 응급실로 왔다.

상황이 급한 그때 그분의 도움은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신의 은총이었다.  그런데 여자인 가해자운전수는 멀리서 전화만 하고 있었다.

물론 때 아닌 사고로 경황도 없고, 겁도 났을 것이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넘어진 부상자를 우선 돌보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닐까, “내가 만약 저 사람이라면 저렇게 길바닥에 넘어진 부상자라면 얼마나 당혹스럽고 슬플까,” 하는 측은지심도 없었을까.

내가 남이 되어보는 생각은 어쩌면 자신을 위하는 삶인지도 모른다. 아내의 병간호가 장난이 아니다.

대소변은 병실에서 처리한다고 해도 물리치료를 받기위해서 4층 병실에서 지하물리치료실까지 하루 두번 환자를 힐체어로 옮기는 것은 나이든 나에게는 감당하기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에 대한 정과 아내를 살리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며칠 전 가해 여자운전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래서 모 다방에서 만났는데 자신이 사고를 낸 운전수가 아니라고 한다.

실질적으로 운전한 사람은 보험가입도 안되고 가정도 없이 노숙정도로 사는 사람이 운전을 했는데 사고 피해자 치료비를 대신 자기가든 보험으로 보전(保全)해주기 위해서 자신이 희생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기는 집에 신(神)을 모셔서 신봉하는 점쟁이(counselor)인데 자신에게 불편을 주며는 천벌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침으로 치료하는 사람에게 가서 치료를 책임질 테니 퇴원하라고 지나치게 권유한다.

그래서 진짜 가해운전수가 누구인지 경찰에 확인했더니 이젠 왜 비밀을 안 지키고 경찰에 알렸느냐며, 자신과 당신 단둘이서 말한 것인데 무슨 증거 있다고 경찰에 알렸느냐다. 가히 충격적인 사기다.

 나는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말과 같이 여성은  이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자연으로 여겼었다.

그러나 모든 여성이 천사는 아닌 것이다. 다른 여성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생명철학자 니체의 명언“ 여자를 만든 것이 신의 두 번째 실수였다.”라는 말이 실감났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서 만난 당시에 그 여자가 말한 내용을 확인하면서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가지고 있다.

세상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주장한다면 삶이 아니고 투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나의 처 교통사고 시에 도와준 생면부지 남자와 자기가 원인을 제공하고도 부상당한 환자를 도외시한 가해여자운자의 인간상(人間像)을 선악으로 구분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세상일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가 나만의 재능과 노력으로 살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가해 운전수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 있을는지 모른다.

하지만 물론 지금 당장 자신의 편리, 자신의 이해관계를 먼저 생각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내가만약 저 사람이라면 얼마나 힘들고 슬플까…”를 생각할줄 아는 사람이 그리워지는 건  아내의 교통사고 때문만은 아니다.       

김  찬  집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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