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나눔'의 기적
[김덕남 칼럼] '나눔'의 기적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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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달은 흐려서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추석 명절 밤, 분위기는 밝고 맑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정을 나누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랬습니다.

 주고받는 소주 한잔, 감귤 한 알, 포도 한 송이, 그리고 풋풋하고 정겨운 말 한 마디, 그야말로 명월(明月)이요 청풍(淸風)이었습니다.

 누가 그랬을까요. “나누는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이라고.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것은 넉넉한 마음의 다른 이름입니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또 다른 감동이기도 합니다.

 피아노가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연주자의 섬세한 손놀림과 풍부한 감성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고 감동을 주는 것입니다.

 재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일군 부(富)도 쌓아놓기만 하면 말짱 헛일입니다. 제대로 써야 가치가 더 빛나는 것입니다. 쓰는 사람의 따뜻한 손길과 남을 돕겠다는 진심이 어우러져야 감동의 공명(共鳴)이 더 아름답게 울릴 것입니다.

보리떡과 물고기의 교훈

그래서 추석 연휴를 보내면서 ‘나눔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지만 나누었던 추석 인정이 소중해서입니다.

 나만 챙기려는 욕심이 아니고 남을 위해 나의 것을 스스럼없이 내놓으려는 아름다운 마음. 여기서 이마를 꿰뚫어 가슴으로 관류(貫流)하는 ‘나눔의 기적’을 떠올립니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배불리 먹이고도 남은 음식이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성서의 ‘오병이어(五餠二魚) 기적‘이야기입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어린아이가 가졌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스스럼없이 내 놓았던 것입니다.

 사실은5000명 어른들도 제가 먹을 것을 모두 챙겨왔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만 먹으려는 욕심 때문에 그것을 내놓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어린아이의 스스럼없는 ‘내어놓음‘에 부끄러움을 느낀 어른들이 뒤늦게 슬금슬금 눈치 보며 자기가 가진 것을 내 놓았다면 ’5000명을 먹인 기적‘은 가능한 일이지요.

서로 다투면 언제나 부족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가진 것을 나눌 때 이 같은 기적은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쟁즉부족 양즉유여(爭則不足 讓則有餘)’라는 말도 있습니다. “다투면 늘 부족하고 양보하면 늘 넉넉하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 이치가 그렇습니다.

 자기 배만 채우려고 허겁지겁 욕심을 부려도 늘 허기에 허덕이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남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고 뒷전에 서서 양보해도 항상 여유로운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의 여유도 이럴 것입니다. 마음의 부자들이겠지요. 이것이 바로 ‘나눔의 행복이요 기적’일 것입니다.

 자의적(恣意的)해석이긴 하지만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5000명을 먹이고도 음식이 남았었다는 기적을 떠올리는 이유도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서로가 가진 것을 나누면서 마음의 행복과 여유를 가져보자는 것입니다. 엊그제 보낸 추석 명절을 ‘나눔의 명절‘로 기억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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