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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민들이 제주공항 민영화를 한사코 반대하듯, 전라남도 진도군에서는 제주~진도 간 고압 해저송전(海底送電)선로 건설 반대운동이 한창이다.
진도군의 관-민(官-民) 및 의회에서는 해저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제주도에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를 건설해 주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진도군의 이러한 투쟁에 의회가 최 일선에 나서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는 장면은 매우 감동적이다. 제주공항 민영화에 대한 제주도의회의 태도와는 퍽 대조적이어서 그렇다.
10일자 제주타임스 1면에 기사와 함께 사진으로 보도된 진도군 의회의 송전탑 절대반대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그러한 의회의원들을 둔 진도군민이 무척 부럽기까지 하다.
진도군의회 의장을 포함한 의원들은 붉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있다.
한 손으로는 “진도~제주 간 송전철탑 절대반대”란 현수막을 들고 있다.
다른 한 팔과 주먹에는 불끈 힘을 주어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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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청은 물론, 84개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 및 주민들과 더불어 의회가 적극적으로 송전선로를 반대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제주도의 전력 안정망 구축을 위해서는 LNG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미 구상했던 발전소 건설을 취소하고 그 대안으로 제주~진도 간 해저 송전선로를 시설키로 확정했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위해 진도군 20km 구간에 15만4000볼트의 전압이 흐르는 철탑 80여기(基)를 세우기로 했으니 주민들이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래서 의회가 일어섰고, 시민사회단체-주민들이 일어섰으며, 진도군청까지 나서고 있다.
공동대책위원회도 만들어졌다. 이미 주민들이 서명한 건의서가 지식경제부 장관, 한전사장 등 4군데에 전달됐고, 45군데 거리거리에는 ‘반대 플레카드’들이 내 걸렸다.
이쯤 되면 아무리 정부라 해도 제주~진도 간 해저 송전 선로를 쉽게 건설하지 못할 줄 안다.
만약 정부에서 그것을 강행한다면 반대운동은 진도 1개 군에 머무르지 않고 전남도청을 비롯해 도내 전역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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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민의 송전선로 저지운동은 표면상 제주도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방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다. 혹시 그러한 견해가 있다면 그것은 단견(短見)이요, 사안(事案)의 정곡(正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범실(凡失)일 터이다.
앞으로 제주도에 전력(電力)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LNG발전소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제주도민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그러기에 도민들은 그것을 바라고 있다.
이점을 진도 주민들이라 해서 모르지 않고 있다. 진도 주민들의 반대 운동은 제주도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막으려는데 있지 않고 생존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데 있다.
진도 주민들이 정부에 제출한 건의서에서 “제주에는 LNG발전소를 건설해 주고, 해저송전 선로는 건설하지 말아 달라”는 것은 제주의 전력문제도 함께 걱정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제주도 당국이 강 건너 불 보듯 사태 추이만 살피는 것은 무책임하다.
차라리 제주도가 재빨리, 그리고 능동적으로 진도군과 전남도 3자 회동을 제의, 해저 송전선로 대신 LNG발전소를 건설하는 쪽으로 서로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이것이야말로 제주 좋고, 진도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된다. 제주~완도 해저 터널처럼 LNG발전소도 양도(兩道) 간 배척의 관계가 아니라 협력의 관계임을 제주도 당국은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