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관광정책 실적ㆍ성과(成果)주의의 함정
[데스크칼럼]관광정책 실적ㆍ성과(成果)주의의 함정
  • 임성준
  • 승인 2008.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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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한국관광의 1번지'란 화려한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제주도는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만 하더라도 단연 국내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관광업
계가 호황을 맞았다.

한 여행업자는 '80년대만 하더라도 호텔 방이 없어 신혼부부 두쌍을 한 방에 재운 적도 있
었다'며 관광업계가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제주도는 고비용 불친절 해소를 위해 가격인하 정책을 펼쳐 관광요금을 대폭 할인하는 '제
주그랜드관광세일' 행사를 지난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두 달 동안 실시하고 있다.

관광비용의 거품을 빼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제주도는 지난 6월 이후 가격인하 및 친절운동을 추진한 결과 괄목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음식점과 숙박업소, 골프장 및 관광지 등 모두 1119개 업체가 가격인하에 동참해 당초 1단
계 목표(954개 업체) 대비 117%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 2일 현재 403만명으로 지난해 대비 7%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과거 5년간 관광객 평균 증가율이 2.6%임을 감안할 때 아주 높은 수치다.

관광 고비용.불친절 해소시책이 관광객 유치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반증이라는 게
제주도의 분석이다.

과연 그럴까.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한 것은 '불경기.고물가.고환율'로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위축되는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내국인의 작년 동월대비 해외여행객 증감률은 5월 -0.7%, 6월 -
5.6%, 7월 -12.5%등으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다.

가격 인하 동참업체도 제주도는 당초 목표를 훨씬 웃돌았다고 실적을 내세우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항공사들은 성수기는 제외하고 어차피 할인해 주는 비수기에 요금을 깎아주고,
일부 음식점은 마지못해 선호하지 않는 메뉴 가격을 내리는 등 생색내기식.울며겨자먹기식
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부 골프장은 여전히 경영난과 인력감축 우려 등을 이유로 카트료 인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가격인하 업체라고 홍보하고 있는 업체 중 일부는 실제 인하된 가격을 받지 않고 있다며 인
터넷 관광홈페이지 게시판 등에선 관광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 관광비용은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품질 면에서 고객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업계는 업계대로 가뜩이나 불경기,고물가 시대에 무턱대고 요금 인하에 동참을 강요한다면
경영난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밀어붙이기식 실적 성과주의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대목이다.

세일행사 기간을 어차피 피서객이 많이 찾는 성수기인 8월 한달을 포함시킨 것만 보더라도
실적을 채우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비수기 타개책으로 해야 할 할인행사를 성수기에 포함시켜 가시적인 실적을 채우려한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일부 관광지와 체험상품에 대한 과다한 송객수수료는 문제는 또 어떤가.

고비용 관광 해소의 걸림돌로 꼽히는 일부 관광업계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과도한
송객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도가 적정수준으로 낮추고 양성화해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종간 이해관
계와 '온도차' 때문에 섣불리 손을 대기도 쉽지 않다.

여행업계 설문조사에서도 여행사, 국내관광안내사, 버스기사의 절반 이상이 개선할 필요가
없거나 오히려 수수료율을 올려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행정이 손을 대기보다 업계 스스로 업종 간에 서로 양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급선무
다.

제주도와 관광협회는 올해 목표치인 관광객 580만명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관광객 중 내국인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제주.

외국인관광객 유치는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연간 방한관광객은 600만명. 이 가운데 제주를 찾는 외국인은 10%에도 못 미친다.

국제관광지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수치다.

올해 외부요인에 의한 '반짝 특수'를 관광시책에 힘입은 성과라고 진단하고 홍보하는 실적
성과주의 정책보다는 제주관광의 미래를 내다보는 내실있는 관광정책이 그 어느 때보다 필
요할 때다.

업무보고용 언론홍보용 실적과 수치 중심의 성과가 실제 도민 살림살이로 이어졌는 지, 피
부에 와닿는 체감경기로 이어지는 지 당국자들은 곱씹어봐야 할 것이다.

실적 성과주의가 지나치면 자칫 관료사회에 면역과 내성(耐性)을 길러주어 눈에 띄는 것만
잘하려는 임기응변과 요령주의의 폐단을 초래 할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경계해야 한다.

관광정책은 내 임기 내에만 실적 성과를 내면 된다는 실적.성과주의에 매몰될 성격이 아니
다.

임 성 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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