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우리의 큰 명절인 팔월 한가위 추석이다. 얼어붙은 경기에도 거리는 벌써부터 명절 분위기다. 가뜩이나 어려운 형편에, 여름철 흘린 땀의 결실을 다함께 감사하는 즐거운 명절이 됐으면 한다.
그러나 올해의 명절은 모두에게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불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부지역을 휩쓴 물난리로 추석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웃이 많다. 추석의 즐거움을 다함께 나누되, 불우한 이웃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추석을 맞는 기분은 예전 같지 않다. 햅쌀로 정성껏 송편을 빚어 차례(茶禮)를 지내는 일은 점차 퇴색되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의 구미에 따라 제수품도 달라지고 있다. 그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어딘가 각박한 느낌이 든다.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것은 자신의 타고난 뿌리를 확인하는 일도 된다. 그것을 소홀히 하는 것은 자기 부정이다. 그리고 근본을 망각하는 일이다. 오늘의 풍요로움이 바로 조상이 음덕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그러나 추석의 참뜻은 거기에만 있지 않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의 섭리를 느끼고,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데 참다운 의미가 있다.
오늘의 결실은 지난 여름에 뿌린 땀의 결과다. 자연은 이처럼 노력한 만큼의 혜택을 베푼다.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의 몫을 주지만, 게으르면 그만큼의 손해를 안겨주는 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다.
그러나 뿌린 땀은 변변치 못한데도 많은 것을 얻으려 하는 데서 갈등은 잉태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움도 그 갈등이 빚은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일이 있다. 오늘의 열매가 혹독하고 매운 시련을 거쳐 맺어진 것이라면, 그 열매는 그 어려움을 극복해온 사람들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과욕과 오만은 이 섭리를 거역하는 어리석음에 불과하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