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태풍 '나리'때 묘종 유실" 道에 손배 청구
지법, "사회 통념상 안전성 하자 없다" 기각 판결
배수로의 물이 범람해 인근 농지로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안전성을 결한 하자가 없다면 시설 당국인 지자체에 농지 유실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법, "사회 통념상 안전성 하자 없다" 기각 판결
제주지법 민사1단독 김창권 판사는 최근 A씨(58)가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제주도)에게 영조물인 배수로의 설치 및 관리상에 하자가 있거나, 이로 인해 원고의 비닐하우스가 유실됐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A 씨는 “임차한 농지(제주시 조천읍 소재)에 비닐하우스를 시설해 브로커리 등 묘종을 키우던 지난 해 9월 16일께 많은 비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 ‘나리’로 인해 배수로에 유입된 물이 농지로 범람하면서 비닐하우스가 유실됐다”며 2400여 만원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 씨는 “이 일대는 침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제주도가 2006년 3월부터 제2공구 1.8km의 배수로 확장 공사를 하면서 이 농지는 소유자와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이 곳과 연접한 구간을 제외하고 배수로 확장 공사를 하는 바람에 하류로 넘치던 물이 농지로 범람해 묘종 등이 유실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 판사는 판결문에서 “배수로 확장 공사에서 제외된 이 사건 농지와 연접한 구간의 배수로에서 유수가 범람해 농지로 흘러든 것은 인정되지만, 배수로 시설이 소하천시설 기준에 따라 30년 빈도별 홍수량 35m3/s를 기준으로 설계됐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특히 “이 사건 태풍 당시 12시간 강우가 1000년 이상 빈도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비가 내린 사실이 인정된다”며 “이같은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곳 농지로 유수가 유입됐다고 하더라도 배수로에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안정성을 결한 하자(방호조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천재지변에 가까운 불가항력적인 강우량으로 인한 농지 유실 피해인 만큼, 이를 배수로 하자로 보아 시설 기관인 제주도에 피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