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일등 국민과 꼴등정치
[세평시평] 일등 국민과 꼴등정치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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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베이징 올림픽 야구 한·일전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 우리선수들에게 일본만큼은 제발 꼭 이겨 달라고 간절히 바라며 일초도 눈을 떼지 않았다.

경기 초반에 2:0으로 우리가 일본에게 지고 있을 때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중앙로로 내려갔다가 동문 시장에 들렀다.

그때다. 갑자기 “와-아 와-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박수소리로 동문시장을 흔들어 놓았다. 이승엽 선수의 홈런이 터진 것이다.

그 몇 분 동안은 장사고 뭐고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였다.

미나리를 팔던 한 아줌마는 미나리 한줌을 손에 들고 흔들며 춤을 추고 있었다.

생선장사 아저씨도 생선들이 땅바닥에 떨어져 파닥거리는 것도 모르고 한·일전에 넋을 잃고 있었다.

장사가 문제 아니었다.

“와-아”하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박수 박수…였다.

그날 그 일이 어찌 제주시 동문시장 뿐이겠는가?

아니다. 우리나라 어느 곳 어느 직장 할 것 없이 대한민국 국민모두의 함성이었다.

팔월의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다 타들어가는 한 여름 가뭄에 기다리던 소낙비였다.

대한민국 우리 국민들은 그 시원한 소낙비를 함께 맞았다.

그 때 온 국민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이 어디 한·일전 야구뿐이겠는가. 국위선양을 위하여 메달을 향한 우리 선수들에게 보내는 우리 국민의 함성이요 박수였다.

우리 국민들은 왜 그렇게 그들을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국민들은 스포츠를 사랑하는 수준 높은 일등 국민들이다.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은 바르고 당당하다. 그리고 4년 동안 우리선수들이 꾸준한 인내와 노력으로 얻어낸 값진 열매였기에 국민들은 더욱 맛있어 열광하였다.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멋진 일등 국민들이다.

그런데 국민은 일등 국민인데 정치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로 꼴찌이다.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정치가 앞장서서 국민들을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일등국민들이 정치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꼴등정치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18대 국회를 개원해놓고도 83일 동안이나 제대로 원구성을 못해 쩔쩔매었던 정치인들 꼬락서니를 보면 꼴등정치를 하는 것은 정치꾼들 수준이 우리나라 국민들 수준보다 훨씬 못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정치철학과 판단력 부족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은커녕 연봉이 적고 어쩌고 하면서 하는 일 없이 국민들 혈세나 축내는 온갖 못된 행동들을 하면서 오히려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지나 않은지 우리 모두 생각해 볼 일이다.

어쨌거나 요즘 정치꾼들이 하는 짓거리들이 어느 것 한가지도 국민들 마음에 드는 일이 없고 보니 국민들은 짜증날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베이징올림픽에서 17일 동안 우리 선수들의 값진 승전보들이 전해질 때마다  경제가 그렇게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잠시나마 숨을 돌려 쉴 수 있었다.

이제 베이징올림픽도 막을 내리고 매순간 선전했던 우리 선수들만큼은 아닐지라도 그 반에 반만큼이라도 정치인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꼴등정치에서 벗어나도록 앞으로 노력해준다면 얼마나 멋있는 나라가 될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  길  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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