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가 열렸다.
실제로 문화공연이 시작되면서 대중집회가 발진한 시각은 낮 12시.
전국에서 27개 종단 신도와 승려들이 참석한 규모는 20만명.
기도회에 밟히고 법회에 밟히고
경찰로서는 대회가 평화롭게 진행되도록 최대한 협조한다는 방침이였다.
기동대 등 진압병력은 아예 거리에 얼씬거리지도 못하게 하고 교통경찰들이 근무복 차림으로 대회장 주변을 맡고 폴리스라인에도 여경들이 배치됐다.
어청수 경찰청장이 바로 이번 규탄대회의 ‘주적(?)’ 중 1명이니 경찰에서 실수가 나오거나 과잉진압 논란이 일면 사태는 더욱 꼬일 것을 예상한 것이다.
며칠 전부터 혹시 ‘분신’같은 격한 행위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정보에 경찰은 초긴장 상태였다.
승가대 학승 300여명이 향불로 팔을 태우는 연비 의식을 갖는 순서가 있는데 이것이 와전된 것이기를 바란다.
전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불교계가 걱정하는 문제에 대해 대책을 발표했다.
국가 공무원들이 종교 차별행위를 할 수 없도록 법과 규정을 만들겠고 어청수 경찰청장 해임 요구는 경찰청장이 불교계를 방문해사과하는 것으로, 조계사에 머물고 있는 촛불집회 수배자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되 불교계 의견을 최대한 참작하겠다는 것이 유인촌 장관의 발표 내용이다.
하지만 불교계의 판정은 ‘어림 반 푼도 없다’는 것.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가 빠져 있고 경찰청장 해임을 요구했는데 사과방문 갖고 되느냐, 촛불집회 수배자를 법대로 하되 약간 봐주겠다는 것도 애매하다는 판단이다.
기독교 장로 대통령이 등장하면서 충성경쟁에 불이 붙어 기독교 편향이 이뤄지는 것이니 대통령이 나서서 확실한 사과조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 특히 검찰과 경찰 총수는 노무현 정부 때 중용된 인사들이어서 다른 기관 총수들보도 더 몸조심하며 충성을 다하느라 저러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깔려 있다.
늘 강조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위기관리에는 문제가 있다. 27일이 전국 규탄대회인데 전날 장관이 담화문도 아니고 기자간담회 자리 정도 마련해 대책 발표하면 해결되겠는가. 분위기 심각하고 모질게 맘먹은 불교계이니 진즉 대책 마련하고 불교계 지도자들을 발에 땀나도록 찾아다니며 절충안 마련하고 다른 사회원로들에게 중재 부탁하며 서둘렀어야 한다.
원정 규탄대회로 버스예약 다하고 채비 차린 다음에 대책 발표해서 먹히나. 절충 중재는 언제 하고? 올림픽 가서 응원 할 것 다하고 느긋이 귀국해 뭘 하겠다는 것인지. 정말 아마추어에 비실용적인 행태들만 보인다.
쉽지 않다. 이제부턴 ‘실용’이 아니라 ‘법치’로 가서 원칙대로 엄히 밀고 나간다고 선언한 게 엊그제인데 불교계에 떠밀리면 이후 정국 주도가 어렵다.
대통령이 촛불집회로 두 번이나 사과했는데 또 사과하면 정국을 조용히 강하게 이끌겠다는 결심도 깨지는 것이고 또 대통령 사과는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어서 그것도 부담스럽다.
대통령이 피해 빠져 나가려고 기독교 편향 문제가 생긴 아래 공직자들을 내칠 수도 있지만 그러면 조직에 균열이 생기고 충성심 대신 복지부동이 성하게 되니 그것도 곤란하다.
변 상 욱
노컷뉴스 보도국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