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ㆍ3평화재단의 '평화 아닌 감투싸움'
[사설] 4ㆍ3평화재단의 '평화 아닌 감투싸움'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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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이사장후보끼리 만나 '화해-상생'으로 풀라

제주4.3평화재단에서는 ‘평화 아닌 감투싸움’이 한창이다.

4.3평화재단이 무엇인가. ‘화해-상생’의 4.3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인류평화의 증진과 인권신장을 도모함으로써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 중인 ‘재단(財團)’이다.

이 재단은 4.3원혼들을 달래고 그들이 억울하게 뒤집어쓴 누명을 신원(伸寃)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한 사업 중의 하나다.

그래서 4.3평화재단에서는 앞으로 4.3평화공원과 기념관을 관리-운영해야 하며, 4.3사건의 추가 진상규명에도 전력을 쏟아야 한다.

원혼(寃魂)들에 대한 추모사업, 유족관련 사업들도 벌여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관련 문화 - 학술사업도 빼 놓을 수 없는 사업이다.

‘화해 - 상생’과 원혼 신원 등 4.3사건의 총체적 사업을 중요시한 관계 당국이 수년간 거액의 도민 혈세를 투입하면서 지원해준 까닭도 그러한데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3평화재단이 감투싸움으로 얼룩지고 있다니 참으로 원혼들에게 수치스러운 일이다.

감투싸움의 대상이 ‘정치 감투’ 등 다른 감투라면 도민들도 이해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4.3평화재단의 감투싸움 대상은 성스럽기까지 해야 할 이사장 자리다.

 이사장 감투를 쓰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씌워주기 위해 두 후보와 두 후보측이 성스럽지 못하게 서로 갈등하고 있다.

4.3은 모든 도민들의 아픈 역사다. 그 4.3을 체험한 도민들이 다른 곳이 아닌 4.3평화재단에서 초대 이사장 자리를 놓고 감투싸움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실망하겠는가.

당초 4.3평화재단 초대 이사장은 발기인 총회에서 합의 추대키로 의견을 모았었다.

하지만 그동안 추대권을 갖고 있는 발기인 총회를 3번 열었고, 기획소위원회도 12회나 가졌지만 고태호씨를 지지하는 유족회 측과 현기영씨를 지지하는 4.3단체 측 등 두 파의 의견 충돌로 아직까지 합의추대를 못 한 채 세월만 보내고 있다.

평화재단 측에서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자평하든, 도민들은 이사장 감투싸움을 보면서 너무도 어처구니 없어하고, 한심해 하고 있다.

아니 조소(嘲笑)하고 있는 도민들도 적지 않다.

 제주4.3평화재단 설립준비위원회가 출범한지도 벌써 8개월이 다 되고 있다.

그렇지만 발기인 총회가 언제쯤 이사장을 합의 추대할지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두 후보 지지 세력 간의 이견(異見)이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화해-상생’의 4.3을 욕되지 않게 하기 위해 이사장 후보인 현기영씨와 고태호씨 본인들이 서로 직접 만나 문제를 풀 것을 제의 한다. 두 후보에 대한 4.3단체와 유족회간의 합의가 매우  어렵게 보여서다.

한때 용서할 수 없는 적과 적 사이였던 남과 북도 정상끼리 두 차례나 만났는데 진실로 4.3을 위한다면 현 후보와 고 후보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만약 두 후보 중 누군가 서로의 만남을 기피하는 쪽이 있다면 그런 자세로는 이사장 되기가 곤란하다.

 4.3을 위한다는 마음이 결여 됐다고 볼 수 있기에서다.

설사 양자 회동에서 논의가 결렬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더라도 한번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눈다면 예상 밖의 열매를 맺을 수도 있는 게 만남이요, 대화다.

다만 유족회 측이나 4.3단체 측은 두 후보끼리 만남에 대해 그 어떤 영향도 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오로지 두 사람의 자유로운 의견만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는 두 후보가 만나서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는 다면 접점이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런데 만약 두 후보 모두가 만남을 기피하거나 만난 결과 절충이 실패로 끝난다면 그때는 발기인 쪽에서도 제3의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

현기영 후보와 고태호 후보가 아니면 4.3평화재단 이사장 적임자가 없다는 발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코드 인사, 이명박 대통령의 ‘고소영 인사’와 닮은  꼴이 된다.

거듭 권고 하거니와 두 후보는 서로 만나라.

만나는 것만으로도 뜻이 매우 크다.

 4.3단체와 유족회도 두 후보의 회동 결과에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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