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영혼없는 공무원…영혼파는 언론
[세평시평] 영혼없는 공무원…영혼파는 언론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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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취재진이 언론사로 몰리는 이변이 계속되고 있다.

KBS는 정연주 전 사장이 물러나 집으로 가자마자 검찰에 연행되고 신임 사장 누가 물망에 오르는 지도 이슈이고,KBS 노조와 ‘원행동’등 직원들의 반발은 어떤지 취재 열기가 가득하다.

MBC는 PD 수첩에 대한 고소고발과 소송, 사과 방송 문제로 내부반발이 거세지며 시끄럽다.

YTN은 구본홍 신임 사장이 노조원들의 출근저지투쟁에 막혀 집에 안가고 사장실에서 2박3일 먹고 잔 뒤 귀가했고 새로운 시도가 준비되고 있는 중이다.

언론은 보도는 해도 보도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좋지 않고 옳지 않다.

언론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언론이 권력과 돈에 의해 압력을 받거나 권력과 돈에 취해 몹쓸 짓을 저지르거나 둘 중 하나다.

검찰의 전격 강제구인은 정연주 사장 해임 조치에 대한 비난과 비판의 표적을 ‘청와대’에서 ‘검찰’로 옮겨 대통령이 정치적 공격을 직접 받는 것을 최소화 시키는 효과를 기대했을 것이다.

또 검찰 수사가 정연주 사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빨리 입증해 기소하면 해임에 대한 비난 여론이 꽤 수그러들 수 있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비오고 천둥 치고 사람들 집안에서 올림픽 응원하느라 밖에 나오지 않을 때 얼른 해 치우는 게 부담이 훨씬 덜하고 좋다는 건 상식. 장마 때 개천에다 오폐수 버리는 거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11일 민주당의 유은혜 대변인이 성명 내면서 기자들 앞에서 한 곡조 뽑은 게 있는데… “KBS 사장은 맘에 안 들면 해임하면 되고, 법 조항 있어도 무시하면 되고 따지고 들면 잡아가면 되고…”, “캠프 있던 사람은 보은하면 되고 낙천낙선자는 낙하산하면 되고 문제 장관 대신 차관 바꾸면 되고 회전문 인사 하 ~ 면 되고”, 12일 밤 10시40분 쯤 MBC는 올림픽 특집 뉴스데스크가 끝난 직후 광우병 편에 대한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명령’이라는 징계조치를 받아들인 것이다.

MBC노조와 PD협회가 ‘경영진이 외압에 굴복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뉴스센터와 주조정실에서 농성을 벌였으나 MBC 측은 핫라인을 통해 사과 방송을 내보냈다.

또 광우병 편을 제작한 PD 2명이 보직해임 조치됐다. 특히 보직해임 조치가 직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징계를 받아들인 정도가 아니라 받아들이고 나서 그 앞에 알아서 엎드리는 것이라며 사장과 경영진의 조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KBS 사장이 누구냐 어느 편이냐의 문제를 떠나 집권세력이 KBS 사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면 KBS는 언제나 권력교체기마다 줄서기를 하고 눈치를 살피게 된다.

어느 편이 이길지 모르니 아예 정치 권력에게는 눈을 감고 늘 잘 해드리는 쪽으로 갈 것이 뻔 한 일.

이렇게 방송의 기준과 철학이 흔들리면 MBC만 앞서 나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 SBS는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결국 전체 이 나라 방송의 방향성과 보도 수위가 큰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방송이 그리 되면 한국 언론 전체도 영향을 받는 게 당연하다. 지금이 바로 권력교체 이후 새로운 지각 변동의 시발점에 서 있는 셈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이란 표현이 정권교체기의 공직사회를 나타내는 말로 한 때 유행했다. 자칫 잘못하면 정권교체기의 언론은 미리 가서 줄서고 낙하산 자리 받아 큰 절하고 혼날까 눈치보고 돈 되는 기사 챙기고…, 영혼이 없는 게 아니라 <영혼을 파는 언론>이 될 수 있다.

어떤 정권이든 언론은 국민과 공익의 편에서 양심을 지키며 감시자/비판자로서의 자기 역할을 수행하면 그 뿐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자기 내면을 돌아보고 연필을 뾰족하게 깎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번 8.15 특별사면 조치로 감옥에 가 있거나 법적 제약을 받고 있는 언론사의 임원들이 대거 사면겫묽풩틈募?소식이다.

김병건 전 동아일보 부사장 (소득세 신고 누락 등 징역3년 집행유예 4년), 방상훈 전 조선일보 사장 (조세포탈, 횡령으로 징역 3년 벌금 56억원)조희준 전 국민일보 사장 (조세포탈, 횡령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등등 5명.

돈 많고 권력있는 사람들은 재판 받을 때도 살살 받는데 사면은 먼저 받아 사회적 특혜를 누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정권교체기에 대대적으로 행해지는 권력형 비리에 대한 특별사면복권은 새로운 정권이 이전 정권의 주변에 있던 세력들을 흡수해 자기편으로 만들거나 타협을 통해 지지 세력으로 확보하는 권력 재편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어떤 세력이 어떻게 변신하는지, 힘을 쓰는지 잘 살펴 보시길.

변  상  욱
노컷뉴스 보도국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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