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란 말을 소중하게 가슴에 안아 보았다.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인 오늘, 오늘이야말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날이요, 가장 중요한 날이 아닐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늘을 내일 다시 올 날, 오늘처럼 다시 만날 날로만 생각한다.
오늘을 똑같은 내일의 전 날로 오히려 내일이나 어제보다도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는다.
어제는 가버려서 아쉬움이 가득한 날이기에 안타깝고, 내일은 다가올 희망의 미래이기에 황금빛의 날로 보이나 오늘은 내가 누리고 있는 그래서 맞아보니 별 거 아닌 마냥 초라해 보이는 날이 되어버린다.
내일이 중요할까, 오늘이 중요할까, 내일은 내 시간이 아니다. 신의 시간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 내일이 오늘처럼 내게 주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무의미하게 보낸 오늘은 그토록 살고 싶어서 통곡하며 죽은 자들의 입장에선 ‘내일’이다. 그래서 오늘은 엄청난 축복의 날이다.
나는 그 행운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렇게 선물 받은 오늘인데 정작 오늘에 이르면 흐지부지 보내고 마는 게 우리다. 감격도 감사도 없는 삶, 그래서 오늘의 값어치가 내게선 빛으로도 향기로도 나타나질 못하고 있다.
리더십의 대가인 존 맥스웰은 “사람들은 어제와 내일을 과대평가 하지만, 오늘은 과소평가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오늘이다. 오늘 무엇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은 누구나 성공한 인생의 소유자다”라고 했는데 당연한 말이다.
오늘을 과소평가 한다는 것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아니다. 그보다도 더 내게 오늘을 선물하신 대우주의 섭리 앞에서 엄청난 불경(不敬)을 저지르는 일이다.
절대자께서는 가장 아끼는 것, 가장 소중한 것을 중생들에게 선물로 주신 것이다. 오늘은 내게 허락된 최고의 선물이다.
오늘은 나의 여생의 첫날이다. 첫날이 중요하다. 러시아 속담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을 잘 입는다.”는 말이 있다.
오늘은 남은 인생의 삶을 처음 시작하는 날이다.
사람들은 때로 과거에 너무 집착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이라는 현재가 주어졌는데도 어제라는 과거에 집착하여 그 아픔, 상처, 억울함만을 생각하며 정작 소중한 오늘은 바로 보지 못한다. 그러나 과거를 잊고 오늘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누구나 동일한 출발선에 서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생명이 있는 모든 사람은 동일한 출발선에서 삶을 시작한다. 물론 체력적으로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능력이 많은 사람, 적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은 공평하다. 어느 누구도 더 받고 덜 받을 수 없다. 얼마나 열심히 성실하고 값지게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 삶의 가치가 평가되기 마련이다.
오늘이 남은 인생의 첫날임을 자각하는 것, 삶을 사는 가장 큰 지혜로움이지 않을까? ‘오늘은 우리 남은 인생의 현증(顯證)의 날이자, 어제 죽은 자들이 그렇게도 보기를 소망했던 내일이다.’라는 말처럼. 내게 남은 내 인생의 날 중에 첫날인 오늘,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완급과 경중에 따라 첫 단추를 매는 심정으로 첫날을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내일의 오기 전에 꼭해야 할일은 해야 한다.
내일은 기약 할 수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술병에 담긴 술의 반병을 남겨놓고도 ‘에계계, 술의 반병밖에 안 남았네!’ 하는 사람과 ‘아니, 아직도 술의 반병이 남았네!’ 하는 사람의 마음에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을까? 우리 삶도 긍정적이고 아름답게 볼수록 살만한 세상이 되고 그만큼 나도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살지는 못하니 답답한 일이다. 내게 남은 인생에서 첫날인 오늘, 나를 가장 멋있는 사람으로 기억될 일을 해 볼 수는 없을까.
톨스토이가 말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우리가 사는 이유다.”라는 톨스토이의 명언이 오늘 따라 더욱 의미 있게 다가온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