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10년, 그 이후
[세평시평] 10년, 그 이후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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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이야기는 예날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요즈음 10년은 강산이 서너 번도 더 변할 수 있는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촌의 울타리를 허물고 다문화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지식기반사회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날마다 새로운 지식, 새로운 문화, 새로운 언어, 새로운 기기들과 접하게 된다.

새로운 기기를 다룰 줄 알아야하고 신지식과 신문화에서부터 날로 양산되는 신조어와 외래어를 흡수하고 소화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고 만다.

변화무쌍한 사회적 현상에 따라 무언가에 의해 쫓기는 삶을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

문화적 충격을 견뎌내기 위한 충격방지요법은 아이덴티티이다.

一日一新(날마다 새롭게)의 기본철학이 몸에 베이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이다.

 함께 활동하는 수필동아리에서 공동 제 수필 주제로 ‘10년’이 주어졌다.

 사람들은 10년 단위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논어 위정편에는 10대를 志學의 시기로, 20은 弱冠, 30은 而立, 40은 不惑, 50은 知天命, 60은 耳順, 70을 從心으로 구별하여 인생의 연령대에 따라 변모하는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어느 모임에서 이야기꾼의 걸작진유모아가 생각난다.

여자들은 연령층에 따라 구별이 안 되는 것이 있다면서 복사하자면, 여자나이 40대는 미운여자 고운여자 구별이 안 되고, 50대가 되면 배운 여자 안 배운 여자 구별이 안 되고, 60대는 자식이 있는 여자 없는 여자 구별이 안 되고, 70대는 남편 있는 여자 없는 여자 구별이 안 되고, 80대는 돈이 있는 여자 없는 여자 구별이 안 되고, 90대는 산에 누웠거나 집에 누웠거나 구별이 안 된다는 조크였다.

덧붙여서 남자나이는 화력의 쌔기와 같다면서 20은 전깃불, 30은 장작불, 40은 화롯불, 50은 담뱃불, 60은 촛불, 70은 잿불, 80은 반딧불이라는 것이었다.

 그럼 내 나이는 담뱃불에 해당되고 10년 후엔 60대 후반의 고개 숙인 남자라는 평가밖에 나올게 없어 보인다. 

 이러한 해학적인 진부한 이야기로 인생의 나의를 평가절하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꼭 같이 주어진 신이 내린 공평한 선물이다.

부자라고 오래 산다는 보장 없고 먼저 태어났다고 해서 먼저 죽으라는 법이 없다.

 혹자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시간관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10년의 세월을 잘 관리하여 2-30년 몫의 가치 있는 일을 할 수도 있고, 허송세월로 쉽게 날려 버릴 수도 있다.

 공동제로 주어진 ‘10년’은 10년 후에 이 사회는 어떻게 변모하게 되고 나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를 미리 예측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남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면 남 이상 될 수 없다고 하였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한번 주어진 삶이고, 사람마다 인생이 다르다면 인생의 과정에서 거치는 일과 삶이 양상이 다를 뿐이다.

인생의 가치를 무엇으로 판단 할 것인가? 주어진 삶이 과정에서 무엇을 누리며 살고, 무엇을 창조 하였는가, 얼마나 진지하게 살고, 성실하게 살았느냐를 바로미터로 삼을 수 있을 것 같다.

 지나온 인생을 계획 없이 살면서 보람을 창출하지 못했다고 해서 후회하지 말자.

과거는 과거(History)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0년 후에 거창한 기대도 갖지 말자.

오늘 하루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것이 인간이 한계이기에 미래는 역시 오리무중(Mistery)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은 쉬지 않고 지나가 버리고 있다. 엊그제 초등학교동창생들이 졸업 후 45년 만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검은오름 트래킹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을 잘 활용하는 친구가 있었다.

차고 있는 핸드폰에서 매 시간마다 할 일을 알려 주고 있었다. 촌음을 아껴 쓰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나 역시 주어진 오늘의 시간에 충실하겠노라고 다짐해 본다. 오늘 하루는 내 인생에서 다시 돌아오지 않은 귀중한 시간이다. 하루가 쌓이고 1년이 되고 1년이 쌓여서 10년이 된다.

결과적으로 하루를 잘 보낸 사람이 십년의 승부에서 이길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시간이다. 오늘을 다른 말로 현재라고 하며 영어로는 ‘선물(Present)’이라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새로운 시간 속에는 새로운 마음을 담으라.’고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권고하고 있다. 혼의 담긴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을 상기하면서 방향설정을 해보자.

 10년 그 이후,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지금처럼 건강을 유지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필에 정념하면서 세상을 향해 옳은 소리를 내뱉는 칼럼니스트, 아니면 그동안 놓아두었던 붓을 들고 하얀 지면에 영혼의 깃든 힘 있는 일필휘호를 써내려가는 멋진 서예가의 길을 가고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가장 바람직한 삶은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사랑하는 아내와 손잡고 지구촌 구석구석 다니면서 유희할 수 있는 낙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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