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청년인 것 같았는데 어느새 40중반을 지나 50을 바라보고 있다. 길다고 보긴 낯 뜨겁지만 결코 짧지 않은 인생 중 사회복지사로 20년을 지냈다.
경기도 성남시의 무허가 판자집과 천막집이 빽빽이 들어서고 하늘이 가깝다고 해서 붙여진 “달동네!” 그 달동네에서의 삶이 철공소 생활로 첫 사회생활을 한 이후 두 번째 사회생활의 출발점이 되었고 20대 후반과 30대를 거쳐 40대 후반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사로 살아가는 전환점이 되었다.
지금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복지사를 양성하는 대학에 있다.
지나온 20년을 돌아보며 “사회복지의 핵심은 무엇인가?”를 자문할 때 여러 가지의 단어가 떠오르나 이번에는 “나눔”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며 생각의 단편을 정리하고자 한다.
인류사에서 사회복지의 역사를 보나 필자의 짧은 경험으로 보나 사회복지에서 “나눔”을 빼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사회복지”는 쉽게 풀어서 말하면 “더불어 잘 사는 것”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 높은 명예와 부유한 사람, 건강한 사람, 남자 등 등 특정한 사람만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더불어 잘 살아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간단한 글이 실제 세상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가 변화되면서 약육강식이 인간 세상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인간답게 세상을 바꿔보고자 하는 반대급부의 노력들이 동서고금을 통해서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나눔”이다.
우리 선조들도 삼국유사의 기록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생활에서 나눔의 모습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삼국유사의 기록에 의하면 자연재해나 춘궁기 등에 곡간을 열어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었다는 기록과 병자를 위해 의료행위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난날 애경사가 있으면 마을주민들이 함께 슬픔과 기쁨을 나누었고 심지어 제사를 지내면 이른 아침 쟁반에 음식을 나누어 가가호호 방문하여 나누어 먹던 풍습이 있었다.
기록에 의하면 고려 말 학자인 목은 이색의 7대손이었던 이지함은 제자백가에 통달했고 천문, 지리, 의학, 점술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책들을 찾아 읽었던 영특한 사람이었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 장사하는 법을 가르쳤고, 스스로 장사를 하여 벌어들인 몇 만 섬의 곡식을 창고에 쌓아 놓았다가 빈민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고 종적을 감추기도 했다고 한다.
또 어느 때는 큰 집을 짓고 거지들을 모아 살게 하면서 글을 가르치기도 하였고, 쇠를 불려 연장을 만드는 법을 익히게 했다고 한다.
이런 것도 못하는 거지들은 따로 모아 짚신을 삼게 했다고 한다.
이러한 이지함의 기행을 모아 박지원은 <허생전>이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다. 이 외에도 많은 아름다운 “나눔의 삶”에 대한 기록들이 있다.
필자가 경험한 20년의 사회복지사로서의 삶에서도 “나눔”에 대한 아름다운 사례들이 있다.
달동네에서 157가정을 담당하고 있을 때 발가락과 손가락이 6개씩 다지증으로 태어난 남자아이가 있었다.
5세 정도 된 아이는 발가락이 튕겨 나와 고무신 신기도 불편했다.
그러나 그 가정은 형편이 어려워 수술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부모와 상의하여 사진을 찍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찾아 방문하여 사정을 설명했다.
이 때에 지역사회의 여러 단체에서 지갑을 열어 지원해 주었고 이러한 사실을 확인한 병원에서도 수술비를 경감해 주어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건강하고 예쁜 손과 발을 갖도록 도와준 사례를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만일 그 때 수술하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면 친구들의 놀림이나 스스로 열등감 등으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내야만 했을 것이고 어린 마음에 상처로 자리 잡게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그 어린이가 20대 중반의 청년으로 어디선가 열심히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그 때 함께 참여했던 나눔의 손길이 감사하기만 하다.
하나의 사례를 더 소개한다면 떡을 만들어 팔면서 생활을 연명하던 할머니와 손녀가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가 펄펄 끓는 된장찌개를 실수로 손녀딸의 엉덩이에 엎어 아주 심각한 화상을 입었던 것이다.
동네 분들을 모아 회의를 하니 모금을 하자는 의견으로 집약되어 동네 분들이 가가호호 방문하여 사정을 설명하고 모금을 하였다.
100원, 500원, 1000원, 5,000원, 10,000원, 그리고 쌀 한 봉투... 이렇게 모아진 현금과 현물을 모아 현금으로 합산하니 치료비를 내고도 남았다. 이때도 병원에서 치료비를 감면해 주었다.
이러한 아름다운 마음들이 이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라는 단체를 탄생시켰고 이 단체를 통하여 모아진 나눔의 손길은 우리 지역사회의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내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독자 여러분도 이러한 삶에 동참하는 실천적 삶을 통하여 인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임 원 선
제주산업정보대학 사회복지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