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7, 8월은 무더위 때문에 “쌩얼”이 인기 있는 계절이다. 비누냄세 나는 건강하고 청초(靑草)한 쌩얼은 아름답다. 얼굴화장에 대한 연극 대사가 기억나서 하는 말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서 햄릿이 유명한 독백을 마친 뒤 자신의 연인 오필리어를 다그친다. “신은 그대에게 하나의 얼굴을 주었소, 그런데 그대는 스스로 또 하나의 얼굴을 만드는구려,” 화장한 오필리어의 얼굴을 탓하는 대사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꾸며낼 수가 없고 꾸며낸 아름다움에 대해서 세계의 문호 셰익스피어는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고대 이래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의 화장을 속임수로 여긴 자료들이 많다.
클레오파트라는 눈썹과 눈꺼풀에 선을 그렸고, 입술에 선홍색 카민 염료를 썼다. 얼굴, 목, 가슴엔 하얀 연백분을 칠했다. 1770년 영국 의회는 여성의 화장으로 남자를 유혹해서 하는 결혼은 인정 할 수 없다는 조례를 통과 시켰다. <네이버 오픈사전>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 높다면 세계역사가 바뀌었을 것 이다.”라는 세언(世諺)이 있듯이, 세계역사를 바꾼 클레오파트라의 화장술은 유럽에 퍼져 근대까지 분(粉)에 든 납과 입술연지의 수은이 숱한 여자들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금발과 독특한 성적매력으로 세계적인 섹시심벌로 6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미국의 여배우 매릴린 먼로는 분장실에서 짙은 눈썹, 붉은 입술, 눈처럼 하얗고 창백한 피부로 자신의 이미지를 창조했다.
먼로는 인기 절정일 때도 자신을 숨기기 위해 화장 안한 얼굴로 뉴욕 술집에 드나들었다. 사람들은 화장기 없는 그녀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다. <먼로바람의 메커니즘>
요즘 화장은 여성뿐 아니라 남성까지도 화장은 일상화 되고 있고, 젊은 여자뿐 아니라 노인, 여중생까지 확산 되고 있다. 10대의 화장품 구매율은 2005년 12%에서 2007년 37%로 치솟았다.
우리사회는 “아름다움은 선(善)”이라는 단순명제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외모는 타고 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믿음에 매달려 있다. 그 믿음 자체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건강과 성격, 기뻐하고 사랑할 줄 아는 마음에서 울어난다는 세언(世諺)은 공허한 허공에 메아리뿐인 것 같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 허허롭다.
여성들의 얼굴을 위하여 바치는 돈과 시간과 정성은 이해 간다. 요즘은 여성의 미는 자신들의 성공과 연결되어 있고, 여성의 아름다움은 여성자신들의 자산으로 여겨지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화장을 한다. 자신을 돋보이겠다는 죄 없는 허위로 위안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화장에 그렇게 집착 할 필요가 없다. 젊고 건강한 얼굴이라면 원색 그대로가 좋다.
찬물로 세수를 한 젊고 건강한 얼굴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어디 또 있겠는가? 인형같이 예쁘다는 말은 사람이 아니고 만들어 놓은 물건이라는 말이다. 여성은 물건이 아니고 사람이다.
단지 주관적인 기준으로 얼굴의 균형을 만드는 성형수술은 몸의 부분적인 생김생김 수정이다. 미가 될 수없는 것이다.
여성의 미는 생생한 생명력에서 온다. 맑고 시원한 표정, 낭랑한 음성, 가벼운 걸음걸이, 민활한 일솜씨, 생에 대한 희망과 환희, 건강한 여인의 발산하는, 특유의 여성만이 풍기는 싱그러움, 애정을 가지고 있는 얼굴에 나타난 윤기, 분석 할 수 없는 생의 약동, 이런 것들이 여성의 미를 구성한다. 그렇다면 여자의 아름다움은 “쌩얼”이다.
과거에 매릴린 먼로 나 클레오파트라같이 요염하고 매혹적인 여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순정(純情)과 작은 행복을 약속하는 건전한 미는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마침내 나라를 기울여 뜨리고 자신들도 행복으로 생을 마치지 못했다. 참다운 여성의 미는 이른 봄 같은 맑고 맑은 생명력에서 오는 것이다.
여성의 미는 진솔한 마음씨, 소박한 삶, 착하게 살아온 과거, 항상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생활 스타일이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책임 없는 말을 해본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