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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주도정은 영리의료법인 도입 문제 하나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마치, 영리병원이 들어 오면 제주가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식으로 도민들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김태환 지사는 지난 11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정부가 여건을 만들어 줬는데도 우리 내부의 의사를 모으지 못한다면 특별자치도로 가는 길은 요원해 질 수 밖에 없다”며 “영리병원 허용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물론 그만큼 영리병원이 제주지역 경제에 대단한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말일 테지만, 영리병원 하나를 특별자치도의 성패로 연계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듣기에 따라서는, 특별자치도가 영리병원 도입에 달려있으니 도민들이 알아서 하라는 엄포로도 생각될 수 있는 말이다.
민주주의는 절차를 중시한다. 절차는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반드시 밟아야 하는 차례와 방법이다. 여기에서의 절차는 바로 도민의 중론 결집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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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제주도의 영리병원 도입 추진 절차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 것일까. 지금 많은 도민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활발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찬성을 유도하려는 듯한 여론조사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당위성 특강 등 일방통행 만이 주도하고 있다.
아마도 공론을 거칠 경우, 반대에 부딪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완전한 공론은 오히려 일을 쉽게 풀어가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설령, 도민들의 반대로 영리병원 도입이 무산된다고 하더라도 공론을 거쳐 공정한 의견부터 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론은 공무원들의 여론몰이에 의한 방법이 아니라, 일반 도민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나와야 한다.
솔직히 제주도의 영리병원 추진에 의문을 갖는 도민이 많은 것도 도민적 공론의 장이 없이 공무원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더 이상 특정 사안에 대한 주민 설득에 공무원을 활용해선 안 된다.
오직 정책 제시만으로 도민들의 찬.반을 이끌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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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제주도가 과거 행정구조 개편때 처럼 또다시 공무원들을 이해 관계가 첨예한 영리병원 도입과 관련한 주민 설득 홍보에 동원할 생각이라면 주저없이 뜻을 접어주기 바란다.
아마도 그런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일은 더는 공무원들도 원치 않을 것이다.
그 보다는 영리병원의 장점뿐아니라, 단점과 함께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해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영리병원이 유치되면 특별자치도가 탄력을 받게 된다는 정도의 말 만으론 도민 설득이 어렵다.
제주도는 영리병원 유치 자체에서 외자 등 거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고, 의료를 겸한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통해 관광수입을 증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고, 수요자들은 비싼 의료비 부담과 건강보험 제도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명확히 속 시원한 대답을 해 줄 사람은 사실상 아무도 없다.
그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는 정도의 답변 뿐이다.
원래 시범적 사업은 실익이 클 수 있지만, 위험 부담도 따르는 법이다.
마치, 영리병원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이고, 특별자치도를 살릴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다.
제주도는 더 이상 무슨 정책이든 공무원을 다그치면 다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더욱이 영리병원의 도입 여부 만큼은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이므로 찬성하고, 반대하는 도민 모두의 충분한 사전 의견 수렴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