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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산하의 각종위원회를 통폐합 하는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유명무실하거나 성격이 비슷한 유사 위원회가 많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명무실(有名無實) 또는 유사 위원회 정비나 통폐합 방침은 도가 기회 있을 때마다 되뇌던 사안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말뿐이었다. 왜 그래왔을까. “각종 위원회가 행정의 필요성에 의해 조직된 것이라기보다는 행정책임석의 정치적 고려에의해 구성됐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각종 위원회가 선거지원 조직이나 정치성향의 단체로 이용되거나 운영될 수도 있다는 개연성은 여기서 비롯된다.
사실 제주도산하 각종 위원회는 너무 많다.
124개나 된다. 여기에 참여한 위원수만 1991명이다. 대부분 전문가 그룹이거나 활동가들로 구성됐다.
정치적 욕심으로는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조직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대규모 조직의 위원회가 도정발전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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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위원회가 위원들 명함용으로 활용 될 뿐이다.
올 들어 현재 단 한차례 회의도 갖지 않은 위원회가 40개나 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분야별 위원회 구성을 보면 유사성격의 위원회가 어느 정도인지를 느낄 수가 있다.
124개 위원회 중, 행정관리 분야 32개, 산업경제 분야 18개, 농림수산분야 17개, 보건복지 분야 15개, 건설교통분야 13개, 환경관리분야 12개, 문화예술 분야 7개 등을 보면 그렇다.
이는 바로 각종 유사분야 위원회의 통폐합 필요성을 말해주는 것이다. 특히 위원회 참여 위원 중 271명이 2개 이상 위원회에 중복참여하고 있다.
4개 이상 참여하고 있는 사람만도 36명이다.
이 같은 중복참여는 그들의 전문성을 고려하더라도 유사위원회가 그만큼 많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유명무실 위원회를 잔뜩 조직해 놓고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행정력 낭비 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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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전문가 그룹이나 여론주도층 도민들에게 도정 관련 자문이나 협의, 또는 특정 사안에 대한 심의나 의결을 의뢰하고 그들의 자문을 도정에 반영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주민참여 행정에도 부합되는 일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름만 걸어놓은 유명무실한 위원회를 양상 해 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보기도 좋지 않다.
일각의 지적대로 그것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조직된 것이라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일년에 한 두 번 회의만 소집하고 아무런 결과물도 없이 회의비만 지급하는 위원회라면 존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도가 진정성을 갖고 이 같은 위원회를 정비할 요량이라면 과감한 구조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124개 위원회를 30개 안으로 줄여도 도정 자문이나 협의가 가능할 것이다.
부서별 기능단위로 통폐합 한다면 가능하다.
그리고 이들 위원회의 월별 분기별 활동상황을 공개해 위원회 활동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도지사 정치조직‘이라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