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하수 公水개념 허물지 말라
[사설] 지하수 公水개념 허물지 말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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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산업’의 꿍꿍이속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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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지난번 ‘물 산업’을 경제성장의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주목 받은바 있다.

 이 물 산업 육성 정책에는 해저 심층수 개발 구상도 끼어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하수의 상업적 이용 계획까지 포함돼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

 특히 제주도는 주위에 소문나지 않게 지하수 물장사 계획을 상당부분 진척시키고 있는 것  으로 알려지고 있다.

 제주도는 이미 특별자치도 3단계 제도개선안에 지하수의 상업용 하루 개발 가능 량을 지하수 1일 적정 개발 량의 100분의3 이내에서 허용키로 확정해 놓았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제주특별법 개정과정에서 이를 법 규정에 반영시킬 방침으로 있다.

그렇다면  현재 지하수 1일 적정 개발 량이 176만8000t이므로 이중 상업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수량은 하루 최대 5만3000t쯤이 될 것이다.

 지금 제주개발공사의 지하수 ‘먹는 샘물’ 1일 개발 허용량이 2100t임을 감안하면 하루 5만3000t의 물장사로 벌어들일 돈은 엄청나다.

그래서 제주도는 2017년부터는 물 산업으로 연간 1조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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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제주도는 이러한 물 산업을 두고 ‘경제성장 동력산업’이니 ‘야심찬 사업’이니 하며 자화자찬(自畵自讚)들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은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

100번을 보호하고 영원토록 보호해도 결코 지나침이 없는 제주 지하수를 물욕에, 돈벌이에 혹(惑)해 하루 5만여t 이내를 내다 팔 계획이라면 크게 우려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심사숙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중대한 일이다.

 물론, 해저 심층수의 상업적 개발은 추진할 필요가 있을 줄 안다. 지하수에 손상을 가져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1일 개발 가능 량’의 3% 이내라 해도 매일 5만여 톤의 지하수를 퍼 올려 판다고 했을 때 문제가 없으리라고 누가 보장하겠는가.

 대한항공 계열사의 제주 지하수 시판을 그토록 막아 오던 제주도가 이제는 처녀가 스스로 처녀성을 버리듯 아예 지하수를 돈벌이의 희생물로 삼겠다니 심히 유감이다.

 앞으로 대한항공계열사에서 지하수 증산 요청을 해 왔을 때 그것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무슨 명분이라도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실제로 증산 요청을 거부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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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수 1일 개발 가능 량의 3% 이내서 상업용으로 채수(採水) 가능토록 법제화까지 한다면 제주도는 과연 그 사업권을 어디 어디에 허용할 것인가. 빚더미에 허덕이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 줄 것인가, 월드컵 경기장에 줄 것인가. 아니면 갓 출범한 제주관광 공사나 도민 세금이 투자된 제주항공에 줄 것인가.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민-관 합작에 의해 별도의 사업 추진 체라도 만든단 말인가. 혹이면 이들 모두에게 떡 반 나누듯 나눌 것인가.

 그 어느 경우라도 ‘물 산업’을 제주의 성장 동력산업으로 삼는 한 그동안 경(經) 읽듯 하던 지하수의 공수(公水)개념이나 공수화 정책은 결국 허물어지고 만다.

따라서 제주지하수의 공수개념이 퇴색하고 공수화 정책이 무너지면 지하수에 큰 병이 든다.

 제주도 당국은 우리 세대만 잘살려고 ‘야심찬 물 산업’에 몰두하지 말라.

제주의 청정 지하수는 제주인의 생명수로서 영원히 자손에게 물려주어라. 도대체 제주 물산업의 꿍꿍이속이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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