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법, "처리시설 안 된 곳 주민ㆍ공무원도 방출"
공유수면관리법 위반 피고인에 '기소유예' 판결
중계펌프장과 연결되지 않은 하수관으로 하수를 방출하는 주민과 행정기관의 공무원들도 사실상 공유수면관리법을 위반하고 있는 셈이라는 이례적인 법원의 해석이 나와 주목된다. 공유수면관리법 위반 피고인에 '기소유예' 판결
제주지법 형사2단독 강우찬 판사는 3일 공유수면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토건 대표 김 모씨와 현장소장 조 모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모두 형의 선고를 유예(선고 유예)하면서 주민.공무원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판결 이유로 제시했다.
강 판사는 이 사건 ‘선고 유예와 관련한 재판부의 권고’를 통해 “(공유수면관리법) 법령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중계펌프장과 연결되지 않은 하수관에 하수를 방출하는 일반 주민들과 행정기관의 공무원들 모두 구성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사안의 경우 이 법령 적용에 있어서 유관기관의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강 판사는 이어 “피고인들은 155t의 폐수 중 154t 가량을 정부기관을 대신해 자비로 처리한 정상에 비춰 향후 정부 입찰 자격을 심사하는데 있어 이 사건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매우 부당하므로 선고 유예 판결을 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강 판사는 “향후 심사 담당 공무원이 이러한 재판부의 판결 취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기를 권고한다”는 보기 드문 당부까지 했다.
피고인들은 지난 해 6월 12일 오후 1시께 서귀포시 관내 제1중계펌프장 공사 중 펌프장에 고여 있던 생활하수인 폐수 약 1t을 인근 바다로 배출시킨 혐으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이들은 “공사 과정에 떠안게 된 폐수를 처리한 것으로서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강 판사는 “피고인들의 행위가 구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거나, 위법성 조각 사유인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다만) 양형상의 참작 요소에 해당한다”며 피고인들의 방류 행위 자체에 대한 정당행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이같은 판결은 피고인들이 공유수면관리법을 위반하긴 했지만, 하수처리시설이 안 된 이 곳 주민과 관공서도 이런 형태의 하수 배출 행위를 하고 있으므로 피고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아울러 앞으로 하수처리 시설 업체는 물론 주민.관공서의 하수를 바다로 배출하는 행위가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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