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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1일 제주도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듣기 좋은 말을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 및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 기념 서면(書面) 연설’을 통해서다.
이 대통령은 서면연설에서 “아름다운 섬 제주의 특별자치도 출범 2주년과 세계자연유산 등재 1주년 겹경사를 온 국민과 더불어 축하 한다”고 했다.
특히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의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제주뿐만 아니라 나라의 영광”이라고까지 평가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제주를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로, 세계적 관광도시로, 그리고 국제자유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제도를 고쳐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그렇잖아도 그동안 행정 당국은 물론이요, 도민과 학계에서까지 제주도가 성공한 자치도, 세계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의 대폭 완화와 획기적인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또 이것을 정부에 계속 건의해 왔다.
그럼에도 지지부진하던, 바로 그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을 대통령이 직접 하겠다고 밝혔으니 얼마나 기대가 크고 귀가 솔깃한 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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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특별자치도 2주년 기념일을 맞아 여-야(與-野) 대표, 내각의 총리까지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뒷받침 해주는 메시지를 전해와 일개국의 통치자로서 스스로의 발언에 책임을 진다면 제주특별자치도를 위한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제1야당인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메시지를 통해 “제주도가 친환경 농업, 최첨단 과학 정보, 보건, 교육, 의료 등 이러한 글로벌 서비스로 크게 번영한다면 대한민국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도록 민주당이 앞장 설 것이라 했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도 “일자리 많고, 관광객 많고, 소득 많은 ‘신 삼다도’(新 三多島) 제주가 되기를 주문 한다”고 소망했다. 한승수 국무총리 또한 영상메시지를 통해 “제주도가 싱가포르, 홍콩 등과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발전하기를 기대 한다”고 전해 왔다.
이렇듯 야당이 앞장서고 여당이 필요성을 인정하며 총리까지 밑에서 받쳐준다면 대통령으로서 제주특별자치도 육성을 위한 획기적인 제도개선과 규제완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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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통령의 이번 말을 전적으로 믿을 수 없음도 솔직한 심정이다.
자치도 2주년을 맞아 대통령의 진짜 의중과는 관계없이 우선 도민들이 듣기 좋도록 한 얘기에 불과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전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러한 의구심을 품게 된 데는 그럴만한 동기가 있다.
그것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이명박 대통령의 말 바꾸기에서 비롯된다.
이 대통령은 예비후보시절 제주 제2공항은 필요하므로 대통령이 되면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 말을 바꿨다.
현 제주공항 확장과 24시간 운영체제로서 제주의 항공 수요를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 바꾸기를 감안할 때 과연 특별자치도 2주년 서면 연설에서 밝힌 대폭적이고 획기적인 규제완화와 제도개선을 실현시킬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지켜 볼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제주 제2공항 건설을 조속히 착공함과 동시에 특별자치도의 제도개선과 규제완화에도 착수해야 한다.
총리와 여-야대표도 말하고 있지 아니한가.
싱가포르와 홍콩과 같은 국제자유도시로 키워야 하고, 특별한 제주도가 돼야하며 그래야 세계로 뻗어가는 대한민국의 전진기지가 된다고...대통령의 제주를 위한 발언들이 식언(食言)이 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