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무죄 분위기 더해 김도정 사기충천ㆍ절대권력화
후반기 임기에 접어든 김태환 제주도정이 향후 탄탄대로를 활보하며 거침없는 특별자치 도정을 구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관점은 그동안 김 지사가 껄끄러운 관계였던 김영훈 제주시장을 퇴진시키고 후임에 측근 겸 ‘충성파’인 강택상 도 경영기획실장을 내려보냄으로서 김형수 서귀포 시장의 양 날개 체제로 이은 김 특별자치도정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도와 행정시 체계를 김지사가 완전히 장악하게 된 때문이다.
여기에다 오랫동안 김 지사를 짓눌렀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법에서 무죄로 끝날 가능성의 사법적 '분위기'도 김 도정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게 됐다.
김 지사가 강택상 도 경영기획실장(이하 강실장)을 제주시장에 임명한 것은 무엇보다도 김지사 친정체제를 제주시정에 확고하게 수혈하는 한편, 2년 후 있을 선거에 대비한 사전 포석의 의미도 두고 있다는 게 도내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껄끄러운 관계 청산= 김지사는 사실 김영훈 시장과 지난 2년간 상당히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이 때문에 도정과 시정 곳곳에 여러 파열음으로 인해 특별자치도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제주시정에 김 도정의 이념과 의지를 제대로 접목, 구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지사는 2년전 5.31 도시사 선거에서 선거 전략상 당시 민선시장이던 김시장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했다. 하지만 김 도정은 김 시장과 잦은 마찰을 빚어왔다.
김 시장이 “제주행정시장은 도청 과장만큼도 못한 자리”라며 비대해진 제주도지사의 권한과 위상을 위협하는 발언을 자주했는가 하면 “자치권이 확보된 옛 제주시 체제로 복귀해야 제주시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김 지사 등 뒤에서 자주 쏘아댔다.
김 시장은 김지사의 철학과는 달리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종전 4개 시. 군 자치제를 폐지, 도에 통합되는 것을 절대 반대해온 인물이다.
그러던 그가 당시 김태환 후보의 대열에 가담하기 위해 오래 몸담았던 한나라당을 탙당, 무소속인 김 지사와 같은 티켓을 타고 선거운동에 합류했고, 김지사가 당선되면서 제주시장 자리를 선거 전리품으로 취득했다.
하지만 김 시장은 이후 김 도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자주 냈고, 이런 견해로 김지사 측근 도 간부들은 특별자치도 체계에서의 김시장의 행태를 잇달아 비난했다. 심지어 도 일부 간부들은 김시장을 이중적인 성격 소유자라고 공격하는 등 김 시장과 자주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지사의 한 측근은 “김 지사가 선거법위반으로 낙마 위기에 있을 때 김시장은 도지사 재선거를 의식한 선거운동마저 기도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김 시장의 도정과의 대립각은 올해 들어 갑자기 많이 사그러졌다. 이를 두고 도내 정가와 의회 주변에선 연임을 위한 김 시장의 제스처가 아니였냐는 시선들도 나왔다.
♦충직한 후임 인물 발탁 + 선거법위반 무죄 분위기 김 도정에 날개 = 김지사는 오래전부터 후반기 시장을 바꾸려 의도한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자신에게 ‘충성스러운’ 인물을 인구 40만의 제주시에 ‘파견시켜’ 시정을 도정의 한 부분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특별자치도 의지와 이상을 제주 전역에 착근시킬 수 있을 것이란 판단과 철학에서다.
이런 점에서 강 실장의 제주시장 발탁이 도청 안에선 유력시됐다. 육사출신으로 80년대 사무관 특채로 공직에 입문한 그는 상사가 한번 명령을 내리면 좌우 살피지 않고 돌진하는 우직함도 몸에 베어있다. 그의 행정 스타일에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 김 도정을 일선에서 구현하는 데 적격이란 게다.
2년후 3선을 노리는 김지사의 선거 전략도 강실장을 선택하는 데 요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제주시 동부 지역 (구좌읍) 출신의 김지사가 안방은 자신이 직접 든든히 틀어막고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부지역에 애월읍 출신의 그를 전진 배치함으로서 서부 지역 표밭 갈이에 대비한 것이란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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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사는 이런 배경과 환경으로 임기 후반기 도정을 한층 자신감을 갖고 확실히 밀어붙일 수 있게 됐다. 취임하자마자 그를 내내 억누르며 고심케 했던 선거법 위반 사건도 고등법원에서 무죄가 선고 된 후엔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지만), 김지사 주변 및 도청 안팎에선 앞으로 아무런 일이 없을 것이란 봄날 같은 분위기도 장밋빛 김 도정의 탄탄대로에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제주도가 이번 제주시장 인선을 공모방식으로 치렀지만 공모가 형식적으로 흘렀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강 실장을 미리 점찍어놓은 후 공모형식을 밟음으로서 나머지 7명은 들러리로 전락케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나온다. 그럴 바엔 굳이 공모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