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태환 지사의 직권남용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내용을 모두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죄가 성립이 안 된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직권남용죄가 성립되려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서 '의무'란 법률상 의무를 가리키고 단순한 심리적 의무감 또는 도덕적 의무는 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20일 김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당시 김모 상하수도소장에게 “사용 승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한 사실, 주택과에서 2000년 5월6일 상하수도사업소로 부담금 납부 및 사용승인 가능여부를 묻는 공문을 발송한 사실, 이에 대해 김모 소장이 아직까지 부담금이 미납된 상태이나 사용승인이 가능하도록 해 달라는 내용으로 답신 공문을 보냈고, 주무부서인 주택과에서는 이를 근거로 현대텔콘에 대한 사용승인을 내준 사실은 인정했다.
즉 김모 소장이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현대텔콘의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개입한 행위 전부를 인정했다.
법원은 그러나 김모 소장은 상하수도사업소장으로서 ‘부담금 징수와 관련한 권한’만이 있을 뿐, 사용승인에 관해서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점, 김모 소장의 주택과로 보낸 공문 작성-발송 행위와 이 사건 사용승인 행위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점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또 김모 소장이 당시 주택과에 보낸 공문 중 ‘지역경제활성화 차원에서 납기를 연장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니, 사용승인이 가능하도록 하여 달라’는 내용에 대해 ‘사용승인 여부는 어디까지 주택과의 소관사항이지 상하수도사업소의 소관사항은 아닐 뿐만 아니라, 상하수도사업소장에게 사용승인과 관련하여 의견을 표명하거나 답변을 할 법률상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론적으로 “피고인이 직권을 남용하여 김모 소장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법원의 무죄 선고로 현직 시장(기소 당시)을 기소하면서 공소요지에 실패한 검찰은 당장 무리한 수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돼 앞으로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